당신은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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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있습니까?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4.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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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술행사가 있어 가보았더니 학제간의 소통이 행사의 주제였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만 아니라 학문들 사이의 소통까지 논할 정도로 이 시대의 화두가 소통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말이 많은 것은 그만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되는 인간에게 소통은 어쩌면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를 갈라놓는 벽들 때문에, 현대인뿐만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소통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되는 인간에게 소통은 어쩌면 존재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를 갈라놓는 벽들 때문에, 현대인뿐만 아니라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소통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 것 같다.

| 늘 외로웠던 한 사람

소통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시대의 멘토들은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관용과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속삭인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타인을 지향할수록 자신은 더 공허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소통을 위한 노력보다 차라리 자신에 대한 앎이 소통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은유와 마음 프로그램 참가자들로부터 은유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씀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정의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소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소통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유와 마음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서 소통을 간절히 원한 분이 있었다. 그는 수년째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갈망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교제 범위는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가까운 동료 외에 만나는 사람이 없었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면 쉽게 피곤해져서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아무도 다가올 수 없는 벼랑에 홀로 서 있는 낙락장송으로 은유했다. 그것은 숭고하고 멋있지만, 벼랑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소나무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감탄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 남는 서글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다.

이럴 경우 해결은 매우 간단하다. 그가 평지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지 않아서 문제였다. 자신이 만든 은유를 바꾸는 것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반문할 수 있지만, 사실 은유는 마음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깊은 무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바꾸지 못한다. 마음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 것처럼. 그러므로 은유 자체에 명령을 내리기보다 우회해서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그에게 평지로 내려오라는 간단한 주문 대신, 나는 그 은유를 잘 이해하도록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소나무가 크다는 것 말고 자랑할 것이 없는데도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겸손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때로 아만심이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고 고백했다. 소나무 주변에는 바위, 나무, 풀, 다람쥐, 새, 하늘, 물 등등 모든 것이 다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다. 그는 늘 혼자였으며 새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는 오천 년 동안 그 자리에서 외롭게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부쩍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을 느끼지만 그럴수록 긴장해서 간단한 계산조차 안 된다고 했다. 참 딱한 노릇이었다. 그의 행복은 다른 사람들의 감탄을 받는 데 있는데, 불행하게도 그러려면 사람들과 가까이 있으면 안 되었다. 몇 차례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절벽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그에게는 절벽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반, 그대로 있고 싶은 마음이 반이었다. 그는 저 아래에서 사람들이 신명나게 풍악놀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면에서 주체할 수 없는 회한의 감정이 올라온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에게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기를 요청했다.

“회색빛 속에 혼자 있는 느낌이에요. 풍악놀이 하는 장면을 굽어보고 있으면 흐뭇한데, 사람들은 나무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네요.” 다시 자신을 돌아보라고 했더니, 반응이 조금 달라졌다. “별 느낌이 없어요. 그냥 그대로인 것 같아요. 음, 이제는 사람들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계속 질문을 하면서 그에게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더 세밀하게 관찰하도록 했다. “언제 한스러운 느낌이 듭니까?” “지금은 잘 안 떠올라요. 풍악놀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한스럽게 느껴진 것 같아요. 이제는 한스러운 감정과 제가 분리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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