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에 숨어있는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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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에 숨어있는 봄처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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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 다문화가정 템플스테이

부안 내소사 다문화가정 템플스테이

54 우리절에 안기다.jpg

‘이곳에 오면(來) 새롭게 태어난다(蘇)’는 멋진 뜻을 지닌 내소사는 엄마 품처럼 아늑하다. 헌걸찬 능가산이 든든하게 둘러서서 거센 비바람을 막고 온화한 햇살만 허락한 듯한 곳이다. 깊은 고요로 텅 비었던 사찰이 일순 종달새 합창 같은 재잘거림으로 가득 찼다.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제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낯선 곳이라면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된다. 수줍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붙임성 있는 사람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른 600m 전나무숲길과 대숲길을 지나 아늑한 내소사 회승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전북 부안 지역의 다문화가정 10가족 30명의 얼굴에도 긴장한 낯빛이 역력했다. 네다섯 살부터 열두세 살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흥분한 목소리를 돋우었고 부모들의 웃음은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 긴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 할머니 DNA를 지닌 스님이 들려주는 내소사 이야기
아이들을 일일이 맞이해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진호 스님의 다정은 군불처럼 긴장의 냉기를 가시게 했다. 스님은 한결같은 정성이라는 점에서 우리네 할머니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분이었다. 아이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고 콧물을 닦아주고 공양을 할 때 의자를 빼주는 손길이 더없이 자연스럽고 따뜻했다. 저 손으로 손주 열은 거뜬히 거둔 듯한 내공이 느껴진다. 장난치는 아이들을 혼내주시곤 이내 “스님이 너 미워서 그런 건 아니다, 미안하구나!”라고 말하는 여린 마음자락이 그대로 우리네 할머니이다. 아이들이나 강아지들이나 저 아끼는 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보는 법, 아이들은 스님이 호랑이 할아버지로 돌변하여 혼내실 땐 잠시 조용하다가도 곧 장난스런 웃음을 싱긋거렸다.
아이들을 사로잡는 진호 스님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에 있었다. 추운 겨울 화롯가에 모인 아이들을 완전히 이야기 속에 빠뜨렸던 할머니처럼 스님의 다정다감한 목소리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는 어쩌면 사람이 사는 데 늙어 죽을 때까지 제일 중요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좋은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다면 밥 좀 덜 먹어도 배고프거나 서럽지 않다.
스님들이 절집에서 되도록 말을 하지 않고 바람처럼 조용히 걸으며 두 손을 모아 인사를 하는 것이 모두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임을 배우는 입재식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1,4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내소사 곳곳을 다니며 진호 스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은 ‘걸어 다니는 내소사 사전’이었다. 사찰 안 보리수의 나이가 얼마인지, 그 안에 어떤 내력을 간직하고 있는지, 대웅전 안 지붕의 포가 어째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되었지, 내소사에서 어느 선사가 몇 년 전에 깨우침을 얻었는지 그 어떤 인터넷 검색엔진보다 정확히 알고 계신다.
“여러분이 들어와 있는 이곳은 나라에서 291호 보물로 인정한 내소사 대웅보전입니다. 보물 속에 들어와 앉은 느낌이 어떤가요? 천정 한번 보세요.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인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이렇게 멋진 그림이 그려지고 조각이 완성되었어요. 꽃살문을 열고 들어오는 느낌은 어땠나요? 이곳 대웅전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집니다. 저쪽 포 하나가 부족한 곳이 있지요? 이곳이 한창 지어질 당시 장난꾸러기 사미승이 포 한 개를 숨겨서 그리 된 것이지요. 또 이쪽을 보세요. 뭔가 이상하지요? 여기만 그림이 없어요. 대웅전이 다 지어지고 단청을 하게 되었을 때 홀연히 한 화공이 찾아와 단청을 하게 되었어요. 화공은 자신이 작업을 하는 100일 동안 아무도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마지막 날 주지스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 그 사미승이 몰래 엿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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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산 자락에 부채살처럼 퍼지는 볕을 바라보며 발 아래 내소사를 바라본다.
아이들은 진호스님으로부터 호흡법을 배우며 가슴에 호연지기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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