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는 인간은 시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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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인간은 시詩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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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박항률

서양화가 박항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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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바쁘다.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시계바늘에 쫓기며 살아간다.
휴식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쉬기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불안하다.
요즘 명상 수련이나 힐링 등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박항률 작가의 작품은
훌륭한 휴식처다.
고요한 응시와 사유의 힘이
달리는 시간에서
우리를 잠시 내려놓게 한다.

| 법정 스님과의 인연
“법정 스님은 2006년까지 제 전시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오셨어요. 2009년 가나아트센터 전시회부터는 편찮으셔서 못 오셨습니다. 전시회에 오시면 저에게 좋은 말씀도 해주셨어요. 저로서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2001년까지만 해도 까까머리 소년을 많이 그릴 때였는데 스님께서 젊은 시절 자기와 닮았다고 농담도 하셨어요.”
박항률 작가의 아내는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해 일찍부터 길상사를 찾았다. 2000년에 아내는 그에게 함께 법정 스님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스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불교와의 본격적인 만남도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에서 불교 기본교육을 마친 아내에게 법명을 주면서 그를 불러 “박 선생은 그냥 덤으로 줄게.” 하더니 진공眞空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었다. 그는 법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제야 “내가 불교도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독실한 불교신자였고 현재 직지사 조실인 녹원 스님과도 친분이 깊었다. 그러나 그가 졸업한 서울예술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고, 당시에는 교회도 종종 다녔다. 스스로도 딱히 불교도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법명을 받은 그 순간부터 그는 스스로 법정 스님의 제자이자 불교도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박항률 작가는 유난히 스님들과 인연이 많다. 한 번은 ‘낮꿈’ 연작을 그릴 때 그 중 한 작품을 포스터로 만들어 팔았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연락처를 알았는지 1년 뒤 스님 한 분이 찾아와 그 포스터 남은 것이 있으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이 그림이 어떤 불상보다 좋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그에게 명상이나 수행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스님이 경험한 바에 의하면 명상에 들어서 일정선을 지났을 때 바로 이런 색깔과 이미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길상사 신년달력을 만들면서 박항률 작가의 작품을 표지로 쓰기로 하고 그의 작업실에 직접 찾아왔다. 법정 스님이 고른 작품도 바로 이 ‘낮꿈’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길상사와 계속 인연이 이어졌다. 이후에 길상사는 지장전을 새로 짓게 됐는데, 당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그는 이 작품을 팔아 공사비에 보태라고 선뜻 시주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이 그림은 많은 사람이 봐야 한다며 팔지 못하게 했다. 스님의 뜻에 따라 길상사 내에 전시했다. 현재 길상사 공양간에 걸려 있는 그림이 바로 이 작품이다.
박항률 작가의 대표적인 소재인 ‘까까머리 소년’도 스님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직지사에 갔다가 어린 스님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스님의 뒷모습과 골상이 인상 깊어 그 자리에서 스케치를 했다. 서울로 돌아와 처음에는 조각으로 만들었다가 나중에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는 꾸준히 이 까까머리 소년을 다루었다.
박항률 작가는 불교를 가장 인간적인 종교라고 말한다. 유일신이든 다신교든 모두 신이 있고 그것을 믿는다. 그렇지만 불교는 신이 없다. 그는 깨달으면 스스로 부처가 된다는 점이 가장 와 닿는다고 한다. 가장 인간적이고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다. 그림도 일종의 깨달음인 것 같다고 한다.
“자기가 생각한 만큼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새로운 생각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그 생각들이 그림 속에 녹아듭니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형태를 찾게 합니다. 그러니까 계속 깨달아 가지 못하면 좋은 그림 못 그리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불교와 그림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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