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웅숭깊은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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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웅숭깊은 시선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1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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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화가 이철수

목판화가 이철수(59)를 만나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자면 이렇다. 인터뷰 요청을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그는 식사 중이었다. 그래서 몇 시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느릿하면서도 조금은 퉁명스런 듯한 말투, 단박에‘이거 인터뷰가 쉽지 않겠구나’하는 걱정이 밀려들었다.인터뷰 당일, 그가 살고 있는 충북 제천으로 내려가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그런데 막상 그를 마주했을 때 걱정은 한 여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딱 시골아저씨스럽게 차려입고서인심 좋은 미소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도 푸근했던 까닭이다.

| 농사 전공 시골판화가

제천에 내려와 산 지 26년이 넘었다고 했다. 짚 앞논에서 가지런하게 자라는 벼들만 봐도 그간 시골살림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낫는지 짐작할 법했다. 그런 그에게 농사짓고 살면서 작품 활동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던 건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농사철에는 농사만 열심히 짓고, 농한기나 비가 와서 일을 못할 때는 작업에 몰두하고 그러죠. 어차피 그림은 제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따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요즘은 농번기가 조금 지나 그리 바쁘지 않다던 그였지만, 대신 전시회 준비로 여념이 없는 듯했다.30년 판화 인생을 오롯이 담은 전시회가 올 한 해 부산, 대구를 거치며 이어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꽤나 시간이 흘렀다. 군부독재 시절인 1970년대, 예술의 사회적 참여를 외치며 판화라는 생소한 예술장르에 뛰어들었던 한 청년이 이제는 한국예술의 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말이다.

“예술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어 보이는데, 유독 미술계는 그런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어요. 그래서‘아무도 안 하면 나라도 해보자’하는 심정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우스갯말로 시위하는 데 좋은 장르다 싶어 판화를 시작한 것이 여태까지 온 거죠.”

당시만 해도 판화는 크게 두드러지는 장르가 아니었다고 한다. 판화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실참여적인 작품을 다수만들어내다 보니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 미술운동 1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저항의식으로 점철돼 있던 그의 작품세계는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큰 전환을 맞이했다.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뻗어나가던 촉수가 서서히 내면으로 파고들면서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물음들을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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