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불교多佛敎적 상황과 그 극복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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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불교多佛敎적 상황과 그 극복의 과제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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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불교

오늘날 한국 불교인들의 신행활동과 수행, 불교문화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불교지식의 습득 경로 등이 이루어지는 실제 불교의 현장을 살펴보자. 한국불교는 선종禪宗을 표방하는 ‘조계종’이라는 명칭으로 포괄할 수 없는 ‘다불교多佛敎’적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들 가운데 다수는 여전히 조계종의 ‘전통적’ 신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불교인들 로서 ‘다불교’적 관점에 포착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다불교’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불교관이나 수행관 등과 같은 불교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다양성에 관한 문제이다.

 
| 각양각색 백인백색의 ‘불교들’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 간의 수월성 논쟁은 이미 해묵은 것이 되었다. 불교사에 대한 이해와 경전에 대한 평가는 신행 경험이나 관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불교의 특정 의례나 신행방식을 두고 어떤 이들은 ‘전통’ 혹은 ‘특색’이란 이름으로 옹호하고, 또 다른 이들은 ‘미신’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불교를 ‘근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탈근대적 대안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불교를 ‘영원의 철학’이자 고전종교라고 주장한다. 불교를 더욱 더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전통의 회복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티베트불교나 남방불교에서 미래불교의 모습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서구의 신불교(neo-Buddhism)가 미래불교의 대안이라고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불교적 코드를 읽어내는 ‘첨단’ 불교인이 있는가 하면, 불공佛供 드리는 것만으로 자신의 불교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불교인도 있다.

요컨대 각양각색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불교들’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불교’라는 이름으로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 힐링이나 웰빙 등 생활트렌드 산업에서 말하는 ‘불교’를 보탠다면, 오늘날 한국불교의 모습은 그야말로 ‘불교’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다’ 불교인 ‘다불교’적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불교는 그 시작에서부터 다양한 해석을 용인하는 다원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아시아 전통에서도 원산지로부터 수입되는 경전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적 관점들이 공존해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불교가 처해있는 다불교적 상황은 전통시대의 경우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우선 다불교적 상황 자체가 한국불교 내부의 추동력에 의한 주체적 변화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떠밀려온’ 상황이라는 점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이 지금의 ‘다불교’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체적 관점을 정립하지 못한 채, 막연한 위기감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을 바라보는 주체적 관점이 없다면 다양성은 혼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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