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는 죽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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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지 않는 죽비를 만나다
  • 불광출판사
  • 승인 2014.02.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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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장인 류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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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현귀성 화상에게 어느 날 수산성념 화상이 물었다. “이것을 죽비라고 부르면 저촉되고 죽비라고 부르지 아니하면 위배된다. 한 번 말해보라. 무엇이라고 불러야 되겠는가?” 귀성 화상이 이 말에 크게 깨닫고 드디어 손으로 죽비를 꺾어서 계단 밑에다 던져버리고 도리어 물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섭현귀성葉縣歸省’ 편
 
| 하반신 마비를 이겨내고 장인의 길을 걷다

이 이야기는 죽비를 소재로 한 가장 대표적인 선문답이다. 이 일화에서 두 선사가 나누는 대화는 이런 내용이다. 물건의 이름에 집착하면 본래의 소재인 대나무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그렇다고 그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물건을 지칭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섭현귀성 선사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법을 깨닫고 죽비를 꺾어 던져버린 것이다. 이로써 죽비는 더 이상 죽비가 아닌 한 토막 대나무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 일화에서 죽비는 이른바 ‘수산죽首山竹’이라는 대표적인 화두가 된다. 대중생활을 이끌고 잠든 자를 깨우는 죽비가 진정 깨달음을 주는 도구가 된 사례다.

이처럼 죽비는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각별하다. 불교용품들 중에서도 대표격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죽비 만드는 사람을 만나보고자 했다. 한참을 수소문 하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터지지 않는 죽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본디 죽비란 내려칠 때 나는 소리로 그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늘 두드려 맞아야만 제 기능을 하니 쓰다보면 언젠가는 갈라져 터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터지지 않는 죽비가 존재한다니. 믿기 힘들었다. 그래서 경북 상주로 내려가 그런 죽비를 만든다는 류시상(54) 장인을 만나 물었다. ‘터지지 않는 죽비’가 과연 가능할까?

“처음 죽비를 만들 때부터 그게 화두였어요. 죽비라는 게 보통 2~3년 쓰다보면 대부분 터져버려요. 길어도 3~4년을 넘기기 쉽지 않죠. 대나무라는 물건이 워낙 잘 갈라지는 녀석이라 만드는 것도 녹록치 않아요. 조금만 방심하면 금이 가거나 여지없이 터져버리니까. 결국 7년을 고생하다 가까스로 방법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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