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청소
결혼하고 나서 우렁각시가 없는 나의 집은 달랐다. 구석구석 먼지는 왜 그리 쌓여있는지, 부엌 바닥에는 뭔가가 떨어져 있고 화장실에서는 냄새도 났다. 게다가 세 명의 아이들은 집을 항상 어지르기만 했다. 집은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했지만 맞벌이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집에 신경 쓸 시간은 항상 모자라게 느껴져, 그냥 청소기 한 번 돌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애가 셋인 집이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애들 밥이랑 간식 챙겨 먹이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구’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고 변명하니 내 맘은 그런 대로 편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집이 난장판이었다. 현관 앞에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막내의 겉옷이랑 가방이 뒹굴고 있었고, 거실에는 책이며 장난감까지 널려 있었다. 애들이 점심 때 먹은 음식들은 그릇 안에 바짝 말라있었다. 방학 중이라 하루 종일 집에서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아이들이 나에게 달려왔지만, 화가 너무 난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엄마가 일하러 나갔다 오면, 집을 좀 치워놔야지. 내가 어려운 부탁했어? 그냥 자기 물건만 제자리에다 놓으라고! 그리고 너! 나이가 몇 살이야? 자기가 먹은 그릇 정도는 설거지해야 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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