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진짜 진짜 좋아하는 일
그러기를 30분이 지나서 나를 부르러 오셨는데 한 쪽 다리가 불편한 분이셨다. 계산대까지 책 좀 들어다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해 드렸다. 구입하신 책을 양쪽으로 나눠 봉투에 담아드렸는데, 들고 가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택배 보내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춘천에서 오셨는데 기차타고 가면 아들이 마중 나올 거라 하시면서 굳이 들고 가겠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지하철 타는 데까지만 들어다 달라고 부탁하셨다. 지하철역이 먼 거리도 아니어서 기꺼이 들어드리겠다고 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며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아버지는 작년에 독학사 시험에 실패했는데, 올해는 좋은 교재로 열심히 공부해 꼭 1단계 시험에 붙을 거라면서 자신감을 보이셨다. 내년 이맘때 다시 2단계 교재 사러 오시겠다고 한다.
지하철이 들어와서 책만 주고 내리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책이 든 봉투를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전철 문이 닫혀 결국은 서울역까지 모셔다 드리게 되었다. 그땐 ‘뭐 이런 분이 다 있어’ 하고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가끔 독학사 교재 찾으시는 어르신들이 올 때마다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는 잘 되고 있는지, 2단계 교재 사러 다시 오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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