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까지도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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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까지도 잊자
  • 관리자
  • 승인 2009.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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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心詩心

 사람 살이의 이 삶이, 우주라는 자연의 한 미립자가 되어 있으면서도, 이 우주의 신비스러운 자연의 조화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어쩌면 나 자신이 우주의 한 요소로서 이 우주 안에 숨어 있으면서 바로 자연 조화의 한 주체이기에 이 조화의 본체를 모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이 자연 조화의 신비스러움을 이해하려면, 이 우주를 벗어나 나와 우주를 대립시켜 놓고 열외자의 처지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대한 철인이나 성인은 우주를 벗어나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본 것이요. 거기에서 얻은 깨달음의 말씀이 진리의 언어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고많은 철학적언어와 종교적 가르침이 모두가 이렇듯 우주 속에서 우주를 벗어났고, 나 속에서 나를 뽑아냈던 께달음의 말씀이니 이것을 통털어 무아(無我)라 명명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조화의 발동, 이것을 기미<機>라 할 것이요. 이 조화의 진리를 이해하려면 이 기미를 미리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알아 놓고 보면 그것이 또 바로 자연의 실상이요, 또한 나의 실상이니 이 자연을 벗어난 것도 못되고 나를 솎아낸 것도 아니다. 역시 자연 안에 있는 자연이요, 나 안에 있는 나 이상의 것이 없다.

 아니 자연 밖의 자연을 찾았거나 나 밖의 나를 찾아 거기에 얽매이면 그것이 바로 허망이여, 환상이니 그 이상의 어리석음도 없다. 그러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느 끝에도 머무르면 안된다 하였던 것이다.

 서선대사(西山大師)는 이러한 경지룰 망기(忘機)라 하였다. 자연의 발동인 기미, 곧 이치라 할 수 있는 이 기미까지도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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