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한화] 6.명정(銘旌)ㅡ명예욕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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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 6.명정(銘旌)ㅡ명예욕 ㅡ
  • 월운 스님
  • 승인 2009.10.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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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雲岳山 閒話 )6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 이것은 우리들이 작고하신 아버지에게 제사를 드릴때 써붙이는 지방(紙傍)입니다. 여기서 현(顯)은 거룩하다는 뜻이고 고(考)는 아버지라는 뜻이고, 학생은 과거공부를 하고 있는 신분이란 뜻이고, 부군(附郡)은 남자조상이란 뜻이고, 신위(神位)는 신의 위치, 또는 상징이란 뜻입니다.

그러니 결국 거룩하신 우리 아버지 과거공부를 준비 중에 계신 분이란 결론이 되겠습니다. 요즘 노인들은 흔히 젊은 이들에게 “할아버지 지방을 써라.” 해놓고,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면 “너는 대학을 나오고서도 지방 하나 못쓰느냐?”고 하며 나무란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 판에 박힌 듯한 한 줄의 귀절을 몰라서 “내가 왜 그것을 못써요?” 하고는 지방(地方)이라고 써서 좌중을 웃겼다는 풍자의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어쨌든 살아서 못다한 효성을 아쉬워하면서 그의 지방 앞에서나마 정성어린 제물을 약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려는 정성이야 갸륵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려는 것은 그 취지보다도 그 호칭에 얽힌 사연을 놓고 그와 관련된 일을 생각해 보려는 것입니다.

옛날 임금님이 계시던 시절에는 양가의 남자 15세가 되면 의례 과거를 보았고, 1차에서 실패하면 4년마다 시행하는 과거에는 2차, 3차 계속해서 10차까지 응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급제를 하게 되면 진사(進士)로부터 시작하여 능력에 따라 현달(顯達)한 지위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유교에서 말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방법이었고,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부모의 명예를 빛낸다<以顯父母之名>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직위는 생전에 영광스럽게 간직하다가 죽어서는 첫째 명정(銘旌)에다 현고 oo대부oo관부군지구(顯考oo大夫oo宮之樞)라고 크게 써서 상여(喪輿)앞에 세우고 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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