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보름날 산사에 오르던 길에 보았던 동틀 무렵의 반짝이는 황홀한 눈 위의 보석들, 여름 피서철이 지나고 모든 이들이 떠나간 바닷가의 적막함, 시원하게 밀려드는 밤바다의 집채만한 파도, 속초에서 여객선으로 러시아의 자르비노항을 향해 가는 동안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고요, 백두산에서 먹구름이 걷히고 나타난 장엄한 천지, 비바람을 맞으며 마라도에서 슬프게 죽어간 전설의 주인공에게 차 공양 올린 일, 인도의 척박한 산지에서 샘물을 길어가는 화려한 원색의 사리를 휘감은 여인네들, 낙타 여행을 하며 사막에서 바람이 남긴 물결무늬와 선인장 꽃을 보고 너무나도 가슴 벅찬 일 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