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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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 관리자
  • 승인 2009.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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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22년 전 대만에 유학 가서 채식 자조찬(自助餐, 대만식 뷔페)을 알았지만, 첨엔 자각 없이 가끔 들르다가, 나중에 도량에 들어가 기사회생의 수행길에 매진하면서 채식에 눈뜨니, 대만은 수행자의 공양천국 같았다. 그런데 귀국하니 채식 여건이 지옥 같아, 20년간 몸과 정신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이상구 박사가 속한 제7안식일교파와 칭하이 관음법문 수행모임이 지옥 속에 푸른 생명의 싹을 틔우기 시작해, 나도 두 분 강연에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우리도 대만처럼 채식수행자가 어디 가든 마음 놓고 쉽게 밥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오길 간절히 염원했고, 청화 스님께 그 포부를 여쭈었더니 ‘아주 장하십니다’하고 호념(護念)해주셨다.

왜 우리 불교는 대만과 같은 대승불교면서도 수행가풍은 그리 다를까, 왜 청정한 채식공양을 중시하지 않을까? 늘 안타까운 의문이다. 성철 스님 같은 분들이 불자들한테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얼마나 큰 공덕장엄이 펼쳐질까? 자타가 ‘보살’이라 일컫는 불자들은 왜 다른 교파처럼 청정한 채식운동을 안팎으로 펼치지 않을까? 선수련회니 템플스테이, 전통찻집은 크게 일면서 사찰음식점이나 채식집은 왜 그리 무관심할까?

전남대 와 보니, 빛고을엔 인구비례로 따져 채식집이 많은 편인데, 아직 내 복이 모자라는지 한결같이 멀리 떨어져, 차도 없는 내가 밥 먹으러 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외국인 채식주의자가 심심찮게 내방하는데, 그때마다 음식대접이 가장 곤란하다고 실토하는 교수들도 주변에 적잖다. 국제선 항공기내식에 채식을 예약할 수 있고, 대만에선 학술대회에서도 시종 ‘채식’대접을 배려하는데, 우린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은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 일행한테 산낙지를 초장 찍어 먹으라고 강권해 우세 살 정도였다. 어디 국제망신이 한둘이랴?

하지 직후 증심사 아래에 ‘풀향기’가 생겼다기에, 이제 불교도 채식보급에 나서나 보다 싶어, 반가운 마음으로 도반 따라 시식했다. 다양한 전통나물 중심으로 괜찮았다. 그런데 학생들 데리고 두 번째 가보니, 무우조림에 새우가 보이고, 김치에 비린내가 나길래 물었더니, 젓갈은 쓴다고 했다. 미륵종의 미륵사 스님이 주도하여 신도들이 자원봉사하여 사회복지기금마련에 보탠단다. 수희찬탄하면서, 기왕이면 완전채식으로 하면 더욱 좋겠다고 권청했더니, 김치 등 밑반찬을 함께 파는데 일반대중의 입맛 때문에 젓갈조차 안 쓰긴 어렵단다. 아쉽지만 내 염원이 이뤄지기엔 아직 우리 사회의 인연이 덜 무르익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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