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수 있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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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 수 있는 즐거움
  • 관리자
  • 승인 200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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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 홍천 백락사 성민 스님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이 덜 미안해

성민 스님은 출가 한 지 10년째를 맞는 1993년에 강원도 홍천, 생면부지의 땅에 짐을 풀었다. 폐가에 온기를 불어 넣고 첫 겨울을 나던 그 다음해 봄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를 지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웃에게 물어가며 고추, 옥수수, 감자, 상추, 오이, 케일, 고소, 토마토, 참깨, 들깨, 고구마 등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심어보았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잘 자라주었다. 덕분에 지금도 절에서 먹는 부식은 거의 자급자족하고 있다. 배나무, 은행나무, 매실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회화나무, 겹벚꽃나무, 대추나무, 호두나무, 꽃복숭아나무도 스님이 직접 심은 나무들이다.

아침예불 마치고 시작하는 농사일은 해질 때까지 계속된다. 이웃의 경운기를 빌려 밭 갈고 로타리 치던 것이, 지금은 포크레인까지 들여놓았다. 도량을 정비하고 농사를 짓고, 해마다 7~8월이면 찾아오는 어린이집, 유치원, 유아원 아이들의 캠프를 위해 백련사 앞 개울을 수영장으로 만드는 것도 스님의 몫이다. 거의 90도에 가까운 경사진 개울가에 포크레인을 몰고 들어가 널찍한 수영장을 만든다. ‘포크레인 기사노릇’도 달인의 경지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채 포크레인으로 도량을 정비하고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어디서 저렇게 일 잘하는 포크레인 기사를 구했느냐.”고. 시골절에 살다보면 웬만한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에 못하는 것이 거의 없다.

“만사가 잡사라 해도 몰입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아침저녁 예불시간과 법회가 없는 날에는 도량 이곳저곳을 손질하기도 하고 농사를 짓기도 합니다. 그렇게 땀 흘리며 일하는 것이 힘들게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덜 미안해하면서 사는 것 같아서요.”

하루 종일이 지나도 거의 말이 없는 스님은 부처님 전에 예불을 올리거나, 법회를 이끌지 않는 시간이면 무심히 피는 꽃처럼 농사꾼이 되었다가, 도량을 정비하는 포크레인 기사가 되었다가, 또는 돌을 쪼아 자화상도 만들어보고, 소대 옆에 서 계시는 지장보살님도 만들어보는 솜씨 좋은(?) 조각가가 되기도 한다. 그 일 자체도 좋지만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그렇게 얻어진 성과물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며칠 전에 캔 햇감자는 선방과 미타암에 10박스를 보내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주었다. 지천으로 여기 저기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는 재미도 솔솔하다.

나눌 수 있을 때 나누어야

성민 스님의 화두는 늘 이렇게 가까운 일상과 이어져 있다. 서 있는 그 자리가 불교의 현장이요, 생활 그 자체가 불교요, 포교로 이어진다. 근처 군법당의 요청으로 법회를 보면서 군 포교를 시작했고, 홍천불교사암연합회를 통해 지역 내 포교활동을 펼쳐왔던 일 등 스님의 화두는 생활불교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조계종포교원 신도국에 잠시 소임을 맡았던 인연으로 서울지방경찰청 경승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은 법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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