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아이스크림 같은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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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아이스크림 같은 휴가
  • 관리자
  • 승인 200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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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달콤한 휴식

대학을 졸업하고도 4번의 중등 임용고사를 치르느라 늘 수험생으로 살아야 했던 나는 여름에 휴가란 것을 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합격도 하고 방학 중에 하는 방과후 수업에도 여유가 생겨서 마침내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아! 감격, 감격! 며칠을 벼르고 별러 친구와 동생과 머리를 싸매고 선택한 여행지는 홍콩! 말로만 들어왔던 야경의 도시, ‘빠숑’의 도시! 내가 간다!

외국이라곤 나가본 일이 없는 촌스런 여자 세 명의 마음은 벌써 붕붕붕 홍콩 하늘 위로 날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수난의 연속,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었다. 처음 이용하는 비행기 화장실 사용법도 잘 몰라 걸쇠를 안 잠갔다가 변기에 앉은 채로 낯선 외국인과 눈인사하기, 지하철 표 잘못 사서 역무원에게 손발 다 이용해서 환불해 달라고 애원하기, 예약해 둔 호텔을 못 찾아 낯선 홍콩거리를 카트 질질 끌고 방황하기 등등. 이외에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짐을 풀고 우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홍콩의 거리를 거닐었다.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왔다는 것에서 느끼는 자유! 나도 이제 국제인(?)이다, 당당하게 ‘이런 곳쯤은 한두 번 온 것이 아니야!’ 라는 도도함을 가지고 걷자고 마음먹은 지 5분쯤 되었으려나? 여기도 명품 저기도 명품! “우아~ 우아~” 어느새 고개는 서울역 처음 도착한 시골 처녀처럼 휙휙 돌아갔고, 루이비통, 샤넬 매장이 보이는 족족 그 앞에서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위세 좋게 걷는 것도 잠시. 한참을 걷던 우리는 다리가 아프고 땀이 삐질삐질 나며 급기야 목이 턱턱 말라왔다. “시원한 거, 시원한 거!”를 외치며 두리번두리번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늘어서 있는 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흠, 더우니까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고 갈까?’ 가볍게 생각하고 망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댄 순간! 아아~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차가운 그 맛이 혀를 감싸는 느낌이란…. 침사추이, 몽콕, 오션파크, 스타의 거리 등등 유명한 곳을 다니면서도 우리는 매 끼니 때마다 그 가게를 찾아서(체인점이었으므로) 디저트라는 명목 하에 망고 아이스크림을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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