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어쨌든 나는 그런 이유로 하여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는 교환전화를 의뢰하지 않는다. 미뤄 뒀다가 공중전화 곁을 지나는 길에 그것을 이용한다. 신경 쓸 것도 없고, 3분이면 끊어지므로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아도 돼 더욱 좋다.
며칠 전에도 급하진 않지만 연락을 취해 두어야 할 일이 있어 학교 앞에 나간 김에 공중전화를 찾았는데 마침 거기서 한 여학생과 마주쳤다. 내가 가진 전화용 동전은 딱 두 개뿐인데, 아저씨 동전 이십 원만 빌려 주세요, 라고 그 여자고등학생이 말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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