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와 깨달은 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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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와 깨달은 자의 길
  • 관리자
  • 승인 2009.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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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구경 이야기
 부처님께서 코삼비 나라의 미음(美音)정사에 계실 때이다. 이 나라의 우다야나 왕께서는 그의 현숙하고 아름다우며 정결하기로 소문 난 왕비와 함께 자주 부처님을 찾아 가 예경하고 설법을 들었다. 왕으로서는 부처님께서 자기 나라를 찾아 준 사실이 굉장한 영광이요 기쁨이었다.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증일아함경이나 대승조상(造像)공덕경 등에 따르면, 이미 부처님 생존 시에 전단향 나무로 처음으로 불상을 조성했다고 적혀 있는 이가 바로 우다야나 왕이고 보면 그가 얼마나 돈독히 세존을 숭배한 인물이었던가 하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왕과 왕비는 부처님으로부터 무상의 진리와 여덟 가지 고뇌와 인과의 법문을 듣고서 심신이 더욱 우러나서 5계를 수지한 청신사 청신녀가 되었다.

 그 때에 코삼비 나라에는 길성이라는 한 유명한 바라문이 나라에서 가장 빼어 난 미모의 딸을 데리고 있었다.

 나이 16세로 나무랄 데 없는 규수가 되자 바라문은 흔쾌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천 냥의 현상금을 걸고 석 달의 기간을 정하여, 딸의 결점을 일러 주는 이에게 상금을 내리겠노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바라문은 딸이 성숙하여가니 혼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딸만큼이나 반반한 신랑감이 있어야 할 텐데 도무지 말해 오는 이조차 없었다. 바라문은 사방에 염탐군을 놓았다. 그랬더니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사문 고타마가 석가족 출신의 찰제리로서, 위용이 뛰어나고 기개가 고상하여 천하의 제일가는 귀공자라는 것이었다.

 바라문은 크게 벌일 잔치 생각을 하며 채비를 서둘러 미음정사로 가 부처님과 인사를 나누고 말했다.

『제 딸아이가 아름답고 정결하기로 세상에 견줄 이가 없답니다. 이미 장성하여 혼례를 치루어야 할 것이나 어울리는 배필이 없어 걱정해왔지요. 소문에 세존 고타마가 왕족 출신으로 귀공자중의 귀공자라기에 제 딸과 어울릴 것 같아 먼 길을 왔답니다. 와서 보니 과연 그렇군요. 제 딸을 거두어 주십시오.』

 바라문의 말을 듣고 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좋아하는 것은 딸의 미모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깨달은 자의 길이오. 경과 나는 서로 좋아 하는 바가 다르지 아니하오. 그러나 생각하면 경이 딸의 빼어난 미모를 자랑 삼는다는 것은 어쩌면 오물로 채워진 꽃병을 사랑하는 셈이나 아닌지 염려되오. 그대가 좋아하는 것은 눈에 홀리고 귀에 홀리고 맛이며 냄새며 감촉에 끌려 좋아하는 것이니 깨달음을 구하는 이들은 오히려 도적으로 알고 싫어하는 것들이오.

 아름다운 용모는 도리어 일신의 우환이기 쉬우니 그리하면 오히려 가정을 깨고 친족을 멸하고 어버이를 죽이고 자식을 해치게 될 것이오. 나는 사문이라 두려울 뿐이오. 어찌 그러한 재난의 화근을 받아들이란 말이오. 경은 언짢아 말고 돌아가심이 좋겠소.』

 바라문은 화가 잔뜩 치밀어서 나왔다. 마음은 별로 내키지 아니했으나 과년해가는 딸을 그냥 둘 수도, 마음에 흡족한 청년을 구할 수도 없어 우다야나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나라 안에서 제일가는 미녀인 자기의 딸이 왕비가 된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왕에게는 이미 제1 부인 왕비가 있었다. 국모로서 손색없는 현숙한 왕비였다. 왕은 바라문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나 바라문 또한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권하여 결국은 그의 딸은 왕의 제2 부인이 되었다. 요염한 미모를 흘리는 둘째 왕비였다.

 왕도 그녀의 젊고 교교한 자태에 감탄하며 바라문에게 금은보화를 내리고 대신으로 삼았다.

 세월은 갔다. 도도한 미모에 오만한 정기가 서려 더욱 돋보이는 그녀가 둘째 부인의 자리로서 순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순리일 수도 섭리일 수도 없었다.

 왕비 채녀를 향해 도전하는 질투심은 교사스러운 광채를 발하며 왕을 현혹해 갔다. 또한 왕은 둘째의 불손과 거짓 참소를 끝내 이길 만큼 그 성품이 강직하지도 못했다.

 기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한 그녀는 제1 왕비가 목욕재계하고 철야 기도하는 날을 미리 알아 두었다. 그날이 되자 그녀는 은근히 왕에게 정부인의 침실에 들기를 권유했다. 그리고 정부인을 모함하고, 자기의 생명마저 위태롭다고 거짓으로 고백했다.

 왕은 제1 왕비를 찾았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대신들과 왕족 모두를 모이게 했으나 유독 제1 왕비만이 불참이었다. 두 번 세 번 왕은 어명을 내렸으나 그 어명은 내려지기가 바쁘게 둘째 왕비에 의해서 왜곡되었다.

 왕은 크게 진노했다. 제1 왕비는 모함의 덫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왕비는 포박을 당한 채 끌려 왔다. 왕은 사형을 집행하라고 서둘러 영을 내렸다. 그러나 제1 왕비는 태연자약했다.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안온한 표정으로 일심으로 부처님께 기도했다.

 사형수를 향한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그러나 그 화살은 되돌아 와서 왕의 발등에 떨어졌다. 두 번 세 번 쏘는 대로 화살이 되돌아와 왕의 앞에서 떨어졌다. 그때마다 왕은 깜짝깜짝 놀랬다.

 당황하고 겁에 질린 왕이 외쳤다. 칼로 쳐서 죽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칼이 왕비의 몸에 닿는 순간 칼은 부러지고 말았다.

 그제사 혼비백산하던 왕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왕은 왕비에게 물었다.

 이는 『필시 왕비에게 사연이 있음이오. 아니라면 그대에게 무슨 도술이 있단 말이오! 어서 말해 보시오.』

 『사연이라면 대왕께서 아실 일이요, 저로서는 모를 일입니다. 저에게 도술이라니요. 오직 부처님께 귀명하여 무상 무아의 정도를 익히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라고 왕비는 담담히 말할 뿐이었다.

 그때 황망히 자리를 피해 몸을 숨기려던 둘째 왕비는 잡혀 죽게 되었는데, 제1 왕비의 간청으로 길성 바라문과 함께 나라 밖으로 쫓겨나가기만 하였다.

 뒷날 코삼비왕은 제1 왕비와 태자와 그리고 대신들과 더불어 미음정사로 부처님을 찾아 가 예배하고 모든 사연을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왕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눈부신 광선이 시력을 멎게 하고 아름다운 버섯이 독을 지니듯, 여인이 외모만을 가꿈도 이와 같나니, 그러한 여인은 미녀가 아니라 요녀(妖女)라 한다. 요녀에게는 여든 네 가지 작태가 있고, 그중 큰 것으로 여덟 종류의 지혜가 있나니, 묘한 질투의 지혜, 거짓되고 토라지는 지혜, 빈정대고 헐뜯는 지혜, 저주하는 지혜, 자만하고 혐오하는 지혜, 간탐의 지혜와 꾸미는 지혜와 삿되고 독한 마음을 위장하는 지혜 등이니라.』

 그리고는 다음의 게송을 설하셨다.

 머리의 꾸밈새가 무슨 소용이며
 좋은 가죽옷이 무엇이란 말인가.
 안으로는 간교한 지혜 가득하면서
 아름다운 겉모습 요녀일진대.    <제 394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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