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성학] 할머니에 얽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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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성학] 할머니에 얽힌 생각
  • 관리자
  • 승인 2009.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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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성학

여성들이 할머니가 되는 계기는 나이와 관계없이 결혼한 자녀가 출산을 시작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조혼이 일반화되었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40세 미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통이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혼을 해야 어른 대접을 받고 또 빨리 할머니가 되어 아랫대를 두어야 집안의 어른으로서 위세와 존경을 누릴 수 있었던 시대에는 할머니라는 호칭은 여성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측면이 컸다.

부모에 대한 효가 강조되는 만큼 대를 이은 아들의 어머니, 나아가 할머니로서 한 집안에서 할머니의 지위와 위세는 당당했다. 지금 60, 70대는 ‘호랑이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 텔레비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기세등등’한 할머니·시어머니역을 맡은 연기자가 연기대상을 타는 것을 보았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드라마에 나오는 기센 할머니를 본 다른 할머니들이 그대로 따라하는 통에 집안에 갈등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이 할머니의 모습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할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핵가족화한 집안에서 추락한 할머니의 울분을 대변해주는 속시원한 부분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비친 이 할머니의 모습은 ‘당당한 할머니’의 모습보다는 그런 할머니를 희화화한 부분들을 보고 더 재미있어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바람은 불어도’의 할머니의 세상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며느리 위에 군림한 채 시어니 -집안어른- 할머니라는 보도(寶刀)를 종횡무진으로 바람처럼 휘둘러대는 돈키호테 같은 할머니를 보여 주고 있다는 느낌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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