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나의 믿음 나의 생활
-이 업(業)으로 소망의 싹을 키우게 하소서.
어렸을 적의 일이다.
나의 집과 담을 사이한 아랫집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6.25때 전쟁터로 나간 아들이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한 가닥 소식조차 없는 터였다.
할머니는 낮이나 밤, 자는 시간을 빼고는 늘 사립문 밖에 나와 골목께를 기웃거렸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돌아올까 눈이 빠지게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이다.
어느덧 그 세월이 수 삼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살 박이 딸아이를 할머니 등에 지우고 어미가 자취를 감추었다. 매일처럼 마주보며 눈물짓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대하던 며느리였을 것이다.
그날부터 할머니는 유복자로 태어나 남겨진 손녀를 등에 업고 사립문 밖을 서성거렸다.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을꼬. 부처님도 억하심정이시지. 이 업을 어찌할꼬.”
할머니는 그렇게 읊조리며 눈가에 눈물을 질금거리곤 했다.
어린 내 눈에도 할머니의 그 모습은 불쌍해 보였다.
할머니는 이제 사립문 밖에서 기다리던 발걸음을 동구 밖 언덕으로 옮겼다. 비가 오나 바람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언덕에 올라 두 사람을 기다렸다.
그 언덕에서는 멀리 오리(五里)밖 보광산의 정상이 마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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