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갈매기 떼가 뱃전을 선회하다가 날아가고 때로는 물 위로 뛰어 오르는 은빛 물고기들이 보인다. 물고기들이 사는 바다 속은 어떤 세계일까? 의문을 가지고 사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잠자리 한 마리가 배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고 있다. 한없이 가녀리고 엷은 네 잎의 날개짓으로 홰 뭍을 떠나왔을까? 어디를 향해서 열심히 날아가고 있는가?
해뜨는 아침,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한낮 해가 바다에 닿는 저녁을 통해 바다의 물 빛깔은 몇 번이고 바뀌고 있다. 쉴 사이 없이 출렁이는 바다는 왜 출렁이고 있을까? 바다 속은 고요와 정적만이 있을까?
멀리 출렁이는 물결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던 봉우리가 키가 커지면서 아름다운 섬의 모습으로 비쳐 올 무렵 저녁노을을 하늘에 떠있는 두어 점의 흰 구름을 불게 물들이고 있다. 섬의 나무가 개갤 보이고 바위가 보이고 풀잎이 보이자 큰 배는 바다의 긴 여로를 마치고 물결이 잔잔한 만에 정박하였다. 해가 서편 바다 속에 꼴깍 숨어버리자 보름달이 살아나 은은한 빛살로 온 누리를 품에 안는다. 어린이는 섬 기슭 벼랑바위에 걸터앉아 파도 위로 산산이 흩어지는 보름달빛을 바라본다. 낮 동안 내내 귀를 때리던 배의 기관 움직이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소용돌이치는데 파도는 바위를 씻어 내리고 파도의 소리는 어린이의 귀를 씻어 내린다. 낮에도 파도소리는 있었겠지만 해의 밝음에 빛바랜 낮달처럼 배의 기관소리에 파도소리는 바랬었나 보다.
눈 감으면 잠자리의 날개 짓이 아른거리고 파도소리를 윗 도는 바람소리는 밤새 머리맡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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