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해에 거두는 것
김포공항에서 러시아 비행기인 에어로프로트를 탔다. 오후 네 시 출발이었다. 곧 해가 지려니 했더니 계속 지는 해를 쫓아가기 때문에 열 시간이나 비행을 했는데도 해는 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날은 내 일생에 가장 긴 하루를 보낸 셈이다.
모스크바와 서울의 시간차는 다섯시간이니, 스물아홉 시간의 긴 하루를 보낸 셈이다. 모스크바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 잠을 자려니까, 그 쪽 시간이 12시간이나 이미 단잠을 잘 시간을 놓쳐서 그런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행계획이 그날 모스크바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성피터스버그(구 레닌그라드)를 구경하기로 돼있어 바로 성피터스버그로 비행기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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