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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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의 침묵
  • 관리자
  • 승인 2009.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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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연작소설

  "전 요즘에야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이유를 발견 했어요. 그게 뭔줄 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정선생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 "글쎄요. 그게 뭘까요?" 강여사는 정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 그건요. 이세상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예요." 정선생은 이렇게 말하고 조금전보다 더 크게 활짝 웃었다. 뜰에 나와서 보도블럭 틈사이에 피어 있는 오랑캐꽃을 들여다 보고 있던 강여사는 몇년전 정선생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도 지금 자기 심정과 같았을것이라는 추측을 해보면서.

 강여사가 앉아 있는 발밑에는 오랑캐꽃이 진보라색 꽃잎을 세송이 피우고 있었다. 손가락 크기만 할까? 아니 오히려 그보다도 더 작은 오랑캐 꽃은 가느다란 줄기와 푸른잎과 진보라색 꽃송이를 드리우고 딱딱한 보도블럭 틈사이에 피어 있어다. 그 꽃을 보는 순간 강여사는 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강한 충격이 느껴져 꽃밭에 쪼그리고 앉아서 앙증스럽게 피어있는 꽃송이를 오래도록 들여다 보았다. 이 작은 꽃은 어떻게 해서 넓은 땅(오랑캐 꽃으로서는 마당이 얼마나 넓은 땅이겠는가)을 버리고 하필이면 모질고 모진 보도블럭 틈사이에 뿌리를 내렸을까? 참으로 기이한 운명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작은 이 풀꽃은 보도블럭 틈사이에 뿌리를 내리고도 자신이 꽃임을 증명하기 위해 보라색꽃 세송이를 훌륭히 피워냈다. 자신이 꽃임을 증명하기 위해....... 이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의지인가.

 오랑캐 꽃을 들여다 보고 있던 강여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마당을 살펴 보았다. 현관 층계 밑에 서있는 석류나무 밑둥이에도 파릇파릇한 눈이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강여사는 조금전 오랑캐꽃을 보았을 때와 흡사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한 감동을 느끼며 급히 석류나무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가서 보니 밑둥 주위로 새움이 빽빽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강여사는 조금전 오랑캐꽃을 보았을 때와 흡사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한 감동을 느끼며 급히 석류나무 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밑둥 주위로 새움이 빽빽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 이 나무는 살아 있었구나.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이였다. 3년전 와ㅣ가에 갔던 강여사는 거기서 석류나무 한그루와 능소화 두그루를 얻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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