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만 부질없이 흘러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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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만 부질없이 흘러내리네
  • 관리자
  • 승인 2009.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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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시심

선시(禪詩)라 하면 흔히 초현실적인 관념의 세계만을 추구하는 차원 높은 철학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그 수사와 기교에 있어 고도의 비유와 상징, 역설과 비약적인 표현만을 구사하는 난해한 시로써, 아예 범인(凡人)이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또 선승(禪僧)이라 할 때도 높고 근엄한 태도에 기이한 언행을 하며 우리가 친근하게 대할 수 없는 아주 높은 곳에 있는 인물로 생각하는 것도 일반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기야 선시가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어진 것이기에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선승 또한 오랫동안의 피나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인물이기에 보통 사람과 다른 위엄이 있으리란 것 또한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선시나 선승의 이러한 면은 다만 그 일면일 뿐 원래의 온당한 모습은 아니다. 선승은 깨달음을 이루었으되 거이게 안주하지 않고, 그의 깨달음을 실천하고자 세간에 돌아온다. 그리하여 범부중생과 더불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한다. 중생이 아플 때 함께 아프고, 중생이 기쁠 때 함께 기쁘다. 모든 중생이 모두 즐겁지 않는 한, 혼자 즐거울 수가 없고 모든 중생이 행복하지 않는 한, 자기 혼자 행복할 수 없다. 선승은 이러한 진속일여(眞俗一如)의 생활 속에서 일생을 보내며, 이러한 마음을 시로써 나타낸 것도 다름 아닌 선시다. 따라서 선승은 고고하거나 초월적인 인물만은 아니고 선시 또한 유심현묘(幽深玄妙) 하거나 난해한 것만은 아니다.

13세기 후반,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의 일본 정벌 준비로 수많은 백성들이 강제징병과 물자징수, 그리고 노력동원으로 생활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을 때, 그 참상을 그린 원감국사(圓鑑國師) 충지(冲止)의 시 <민농흑양사월단일우중작> (憫農黑羊四月旦日雨中作)도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분량이 많기에 끝부분 일부만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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