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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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의 의미
  • 관리자
  • 승인 200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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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 칼럼

 인도의 동부 캘커타의 남쪽에 오릿사 라는 인구 5천만의 주(州)가 있다. 주 정부가 위치한 도시의 이름은 [부바네쉬발]. 그 주변에는 초기 불교 석굴사원의 유적이 있고, 이쇼카 왕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칼링가 전쟁터도 있다. 용감한 칼링가 족과의 싸움에서 10여만의 사상자와 15만의포로를 얻은 전과가 도리어 아쇼카 왕에게 전쟁을 포기하게 하는 동기를 주게 되었다.전쟁의 폭력이 빚어내는 비극에 충격을 받은 아쇼카 왕은 그날부터 전쟁 포기선언을 하고 달마(Dharma)에 의한 정치를 지향한다고 공포했다. 통일제국의 건설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정복전쟁을 포기한다는 선언은 당시의 전제군주로서는 드문 일이다. 아쇼카 왕은 선언후, 달마에 의한 정치를 폈고, 달마(최고의 이치, 도리)가 전제군주인 아쇼카 왕의 권위보다도 상위에 있다고 언포하였다.

  부바네쉬발에서 약 40km 떨어진 해안선 모래 위에 코나락의 태양사가 서 있다. AD. 8세기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코나락의 태양사는 거창한 규모와 정교한 조각 때문에 인도문화재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다. 코나락의 태양사를 보지 않고서는 인도에 살았다는 말조차 할 자격이 없다는 어느 독일 친구의 강권에 못이겨, 내가 코나락의 모래언덕을 찾은 것은 12월 하순, 음력으로는 보름에 가까운 때였다.

 부바네쉬발에서 일박하는 동안, 유명한 [링카. 라자]사원과 주변의 유적을 답사한 후, 코나락에 도착한 것은 오후 늦게였다. 근처에 있는 국영 게스트 하우스에 방을 예약한 직후, 곧 태양사를 향하여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에 올라선 나는 그 웅장한 석굴사원의 규모에 압도됐다.

 적갈색의 바위를 깎아 다듬어 조성한 수르야(태양)사의 위용은 백색 모래와 아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가 주위가 어두워지므로 여관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오릿사 특유의 생선카레로 때우고 예약한 방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모기장 안에 뉘였다. 눈을 붙이려 할 때, 오릿사 바닷가 모기 떼의 습격을 받았다. 오릿사의 모기가 무섭다는 얘기는 뉴델리나 부바네쉬발에서 일찌기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조심하고 있었으나, 예약한 방의 모기장을 유심히 점검하지 않은 실책이 모기 떼를 모기장 안으로 몰고 왔다. 나는 모기장에 구멍뚫린 방을 예약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후퇴한 나는 밖으로 나와 코나락 언덕으로 올라갔다. 오릿사의 모기 떼와는 싸우지 말고 후퇴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선배의 충고를 따랐다. 마침 수르야 사의 주변에는 나처럼 모기 떼에 쫓겨나온 외국인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었다. 나는 수르야 사의 오른쪽 첫 수레바퀴 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바닷바람 때문에 모기 떼의 습격은 약화되었다. 그 때 소나무 위로 교교하게 밝은 달이 내가 앉은 자리의 정면 수레 바퀴를 비추었다. 높이 2m가 넘는 적갈색 바퀴와 백색 모래의 대조는 환상적이었다. 한편에 있는 12개의 수레바퀴를 보고 난 다음 반대편에 있는 12개의 수레바퀴를 보려고 사원 윗편을 돌아선 순간 나는 12개의 바퀴가 어둠속을 굴러가는 환상에 빠졌다. 달빛이 미치지 않는 반대편은 어두웠던 탓도 있으리라.

 12마리의 말이 끌며 굴러가는 환상에 빠졌던 것이다. 다시 밝은 달빛 속으로 나왔을 때, 나는 거대한 수르야 사가 AD.8세기 이후 오늘까지 완벽한 정지상태에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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