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 위에 그려지는 천진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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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지 위에 그려지는 천진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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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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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 생활 속의 선화 그리는 원성 스님

“정성껏 먹을 갈아 걸쳐 놓으면 그 때부터 정백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만큼은 제 자신을 바라볼 수있는 진경의 시간이 되지요. 행자시절 삼천 배 끝에 바라본 가야산의 새벽 하늘, 가슴팍에 떨어지는 별들을 안고 함께 별이 되어버렸던 그 순간, 그리고 차가운 겨울 법당 마당에 뒤덮인 눈을 쓸다 그 순백의 정에 눈물겨워 시간이 멎어버렸던 그런 순간들을 화선지 앞에선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나이 스물네 살의 원성 스님. 현재 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 2학년에 다니고 있는 스님의 개인전(지난 해 10월16일부터 인사동 백상갤러리)은 불교계의 화제가 되었었다. 한 학인 재학생 스님으로서 대학 이전에 따른 신축캠퍼스 조성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뜻있는 전시회라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15,000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고, 100여 점의 작품이 전부 판매되었다는 점이 그랬다. 그리고 스님의 그림을 본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들이 스님에 대한 관심을 더하게 되었다.

화선지 위에 그려진 동승의 모습들은 그야말로 천진불심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스님들의 일상생활을 동자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의 전통한지와 물감으로 채색하고, 때로는 그것에 화제를 덧붙인 그림들은 맑고 투명한 수행자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다.

어린 동자 스님의 눈빛 가득이에는 무엇이라 형용하기 어려운 구도심이 가득하다. 보통 아이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라고만 말할 수 없는 원력과 기쁨을 품은 눈빛은 언제나 저 멀리 시선을 둔 채 서늘함마저 준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그 눈매에 젖어 어느 사이엔가에는 그 동자승이 내가 되어 가슴 찡한 감동과 더불어 깊은 사념에 젖어들게 된다.

올해 스물네 살이라고 하는 원성 스님의 모습 또한 그림 속의 동승들을 그대로 빼어닮았다. 수려하고 청아한 용모에 눈빛은 아무리 보아도 그 나이에 걸맞지 않는 깊이가 있었다. 내면 깊숙이 맑고 깨끗하게 고여 있는 호수의 깊이라고 할까, 흔들림없이 고요하게 멈춰져 있는 눈매가 그림 속의 동승들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면서도 시시때때로 짓는 웃음에서는 천진난만함이 배어나온다.

원성 스님이 출가를 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인연이 있었다. 세 아들을 둔 신심깊은 어머니의 꿈은 아들 모두가 출가하는 것이었다. 매일매일을 참선과 예불, 그리고 절하는 것을 일과로 삼으신 어머니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다니며 불교학을 공부 할 정도로 신심이 돈독한 대보살이었다. 법사로 활동하셨던 어머니에게는 찾아오는 보살님들도 많았다. 대부분 인생고의 아픔으로 어머니께 하소연하러 오시는 분들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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