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봄이 오는 속삭임이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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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봄이 오는 속삭임이 들리니?
  • 관리자
  • 승인 200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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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휴가 첫 주는 늦은 태교와 출산준비를 알차게 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시간이 많아지고 나니 몸은 더욱 무거워져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생각처럼 규칙적인 일상이 잘 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이 사시는 외할아버지께 서예를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88세로 연로하시지만 오래 전부터 많은 제자들을 가르쳐오셨기에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리라 믿었습니다. 예상대로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응해 주셨습니다. 다음날부터 매일 서예공부를 위해, 산보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운동 삼아 걸어서 할아버지 댁에 가고 있습니다.

30여 분이 소요되는 그 길은 한강을 곁에 두고 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사색과 계절의 흐름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한강의 물이 차츰 녹듯 한낮의 햇살 빛이 달라지고 가로변 나무들의 잎사귀 색도 점점 녹색을 띄며, 길가 풍경은 매일매일 조금씩 봄의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살며시 배에 손을 얹고 태아에게 내 눈에 펼쳐진 풍경과 느낌들을 태담으로 전해봅니다. 만삭의 몸이라 걸음도 느리고 숨이 차지만, 연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서투른 라마즈 호흡법으로 숨을 고르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걷습니다.

할아버지의 수업은 서예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농익은 지혜로운 이야기부터 그날 쓸 한자성어에 얽힌 일화까지, 듣다 보면 지루할 틈 없이 2시간이 지나갑니다. 없어서는 안 될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할아버지와의 시간은 너무나 즐거워서 내가 왜 이제서야 시작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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