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법도 없고 그른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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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법도 없고 그른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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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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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고전/종문무고(宗門武庫)

 유의옹(劉宜翁)은 일찍이 불인(佛印)에게 참예한 적이 있었던 분인데, 자못 스스로 자부하면서 진정(眞淨)을 매우 업수이 여겼다.

  하루는 운거(雲居)에서 와서 귀종(歸宗)을 여행할 적에 법당에 이르러 진정을 만나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장노께서는 사희(寫戱)에서 오신 지 몇 년이나 되었습니까?

  "줄곧 악관(樂官)이 올 때까지 기다렸소."

  "저는 이 보사(保社)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도량 안에 있는 것을 어찌하겠소."

  옹이 머뭇머뭇하자, 정(淨)이 손뼉을 치며

  "하마선(蝦마禪)이 그저 팔딱팔딱 뛸 뿐이지! 하였다.

  또 앉아있는데, 그의 납의(衲衣)를 가리키며 "이것을 무엇이라 합니까?" 하였다.

  "선의(禪衣)라 하네."

  "어떤 것이 선입니까?"

  정(淨)이 옷자락을 흔들어 털며 "털 수 없어!"하였다.

  "선의(禪衣)라 하네."

  "어떤 것이 선입니까?

  정(淨)이 옷자락을 흔들어 털며 "털 수 없어 !" 하였다.

  옹이 말이 없자, 정이 한 번 내갈기며 "그대의 기량이 이러면서 감히 노승을 시험하려 하는가"하였다.

  홍주(洪州) 봉신현(奉新顯) 혜안원(慧安縣)의 문은 길가에 자리하고 있어서 납자들이 드나들어, 황용(黃龍). 동산(洞山). 황벽(黃蘗) 같은 이도 들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젠 법석이 오랫동안 텅 비어, 태수가 보봉진정(寶峯眞淨)선사에게 편지를 보내, 맡을 만한 사람을 선택하여 이곳을 주관하게 하도록 부탁하였으나, 두수(頭首)나 지사(知事)나 장노들이 모두 가기를 꺼려하였다.

  그때 연 수좌(演首座)라는 이가 있었는데, 향북(向北) 사람으로 성품이 꼿꼿하고 야무져서 회당(晦堂)과 진정(眞淨)에게 참예하여 실로 깨달은 곳이 있었으나, 도량이 넓고 커서 대중과 생활을 똑같이 했으므로 아무도 그런 줄을 아는 자가 없었다.

  두수나 지사가 서로 미루면서 가지 않으려 한다는 말을 듣교, 진정(眞淨: 克文)에게 아뢰기를 "혜연(惠淵)이 가면 어떻겠습니까?하니, 진정이 "자네라면 가도 되겠지"하고는 편지를 써서 연(淵)을 천거하니, 연이 공문을 받아들고 즉시 고별하고 떠났다.

  그때 담당(湛堂)이 좌원(座元)이었는데, 연에게 "스님은 어떻게 주지노릇을 하려 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저는 복이 없는지라,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스스로 등짐을 지고 길을 다니면서 탁발하여 대중을 모시려 합니다"하였다.

  그러자 담당이 "반드시 스님이어야만 되겠습니다."하고는, 이렇게 송(頌)을 지어 전송하였다.

스님이 신오(新吳)에 들어가시어

모든 사람들을 인도하시되

우선 당나귀의 다리는 거두고

먼저 부처님의 손을 펴시어

옳고 그른 것을 지적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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