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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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하루
  • 관리자
  • 승인 2009.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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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내가 이런 벽지에서 살아 보기는 지난해 백운이라는 곳에서와 그리고 올해 이 고장에서의 일 두 번이다. 모두들 산간지방은 조용해서 좋다고 한다.그것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쪼들리며 살아가는 이 보다야 훨씬 낳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너무도 한적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증을 느끼게 되는 때도 없는 바는 아니다.

 특히 여름방학 같은 때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극히 적은 숫자의 직원들은 방학이 되어 뿔뿔이 헤어지고 보면 혼자 남아 학교를 지키는 내겐 그 일이 어쩌면 고역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꼭 절간 같은 학교 - 이것은 방학동안 혼자 지키는 산간지방의 규모가 작은 학교 안에서 느끼는 그대로의 말이 될 것이다.

 휴일 날 오후 두 점 학생은 부재인데 관리실 창문들은 활짝 열어 젖혀졌다. 누군가 이 뽁닥 더위에 지루하진 않을까. 이것은 지난 해 여름방학 때 이곳 산간 어느 중학교 앞을 지나며 쓴 작품이다. 한적하기로는 올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직원들이 없는 이 여름, 이곳에서 나는 널따란 관리실 소파에 혼자서 깊숙이 파묻혀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익는다든가 시를 쓴다든가 하는 일도 너무 조용하고 한적한 환경이면 다 허사의 일이 되고 마는가보다.

……나무 서방대교주 무향수 여래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염불을 하며 무아경으로 한낮을 보내노라면 점심을 먹으라는 전갈이 온다.

 조금만

껐다가

다시 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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