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과 마을의 아름다운 공존(共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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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마을의 아름다운 공존(共存)
  • 관리자
  • 승인 2009.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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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 마을 당제(堂祭)

“미황사 스님들이 우리 마을을 위해 해마다 기도해 주어서 마을 사람들이 무탈하고 풍년이 들었다.”라는 동네 사람들 말을 들을 때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적이 흐뭇한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늘 하던 염불을 그저 정월 초하룻날 마을 당산나무 아래서 한 것이 전부인데, 모든 공이 나에게 돌아오니 황송하기 그지없다.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

절 바로 아랫마을은 작은 동네 세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이다. 우분리(牛墳理)는 10여 가호의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로 미황사 창건설화에 나오는 동네이다. 인도에서 불상을 모시고 온 배에 함께 타고 온 검은 소가 일행을 지금의 미황사까지 인도하고는 쓰러졌는데 그 ‘소를 묻은 무덤 마을’이 지금의 우분리인 것이다.

원서정리도 10여 가호의 작은 동네로 미황사와 달마산이 바로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침마다 열두 폭 병풍 사이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복 받은 사람들이다.

등리라는 마을은 우분리와 원서정리 가운데 들판에 40여 호의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이 세 개의 마을이 행정구역으로 미황사가 속해 있는 서정리이다. 해마다 이 세 곳의 마을 어른들이 쌀 한 가마니씩 지고 나를 찾아와 당제 를 지내달라고 부탁한다. 지난 일 년 동안의 마을 대소사 와 당제 공덕을 칭찬하고는, “약소하지만 마을을 위해 또 부탁합니다.” 하고는 내려간다.

사실 도움은 내가 더 많이 받는다. 부처님오신날 굳은 일 마다 않고 해주고, 마을 들머리에서 미황사에 이르는 길의 잡풀을 제거해주는 분들이 마을 어른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절에 번다한 일이 있을 때마다 두 팔 걷어붙이고 제 일처럼 뒷일 봐주는 분들이 언제나 그 분들이다.

절 아랫마을 서정리는 오랜 세월 미황사를 보호하고 유지해준 마을이다. 어느 때에는 12암자와 400여 명의 스님들이 사는 거찰이던 때도 있었는데, 스님들만의 힘으로 절이 운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사하촌(寺下村)의 도움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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