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인가 부처님인가
4년 전에 저는 한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여쭌 일이 있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이 가르치신 법을 믿는 것이지 부처님이란 우상을 믿는 것은 아니지요?」그러니까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런데 지금은 가르침을 믿지만 나중에는 부처님을 믿게 된다. 」
그 당시는 어리둥절하게만 했던 그말씀이 요즘 와서 제게 절실히 다가옵니다.
저는 조금 안 불교지식을 갖고 불교를 믿는답시고 생각하며 살았었습니다. 저 나름대로의 휘황한 아집, 틀을 만들어 그것이 전부인 양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제가 정한 그 틀에 끼워 맞추려 하였습니다. 그 때 그것을 아마 전법이라고 생각했었던 모양입니다.
즉 「진리, 진리생명 그 자체, 모든 허공의 열매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고 내가 그 뿌리 자체인데, 저 태양이 아무 이유 조건 없이 빛을 퍼부어대듯, 저 꽃이 아무 이유 조건 없이 자기 생명을 마음껏 발휘하듯 나도 저들과 같은 한 생명의 뿌리이니 오직 아무 이유 조건 없이 마음껏 생명을 발휘하며 살리라. 모든 사람들을 대할 때 남녀노소 구별없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 깃든 보석과 같은 불성를 진실로 인정하고 대해 주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내 앞에서는 보살이 되리라.」라는 생각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밝고 성내지 않고 삿된 욕망을 갖지 말자며 생활하다 보니 모든 감정이 마비되어 오히려 감정둔화 상태에 이르는 것 같아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2. 회의의 구름 속
그러다 하루는, 의대생인 제가 병원에 정신과 실습을 나갔을 때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신들린 여자를 보았는데, 그여자는 집에 자기의 조상을 모시고 점치고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여자였습니다. 조상의 신이 들린 여자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때 요사스럽고 매우 미혹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집에 모신 부처님 옆에 걸어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이 생각난 것입니다. 아버지는 매일 새벽 그 방에 가셔서 독경과 관음정진을 하시고 할아버지사진 앞에 절을 하셨었습니다.
그 여자를 보고나니 그 일들이 마치 무당들이 자기 집에 부처님과 조상을 모셔놓고 절을 하는 것 같아 무서웠습니다. 혹시 조상을 깍듯이 모시다 나도 그 여자처럼 조상신이 들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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