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의 향풍] 4. 가섭형제의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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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의 향풍] 4. 가섭형제의 구도
  • 지관 스님
  • 승인 200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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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山산의 香風 4

  자기의 부족과 그릇됨을 알았을 때 용감하게 거기서 뛰어 나오는 것이 도를 구하는 자다. 허망한 아만심을 가지고 자기를 꾸미는 것은 도를 구하는 자가 할 일이 아니다.

  1. 머릿말

  부처님에게는 1250인이라는 대중이 항상 따라다닌 것이 경에 보인다. 이 천이백 대중 중 천명이 마하가섭존자의 아우가 되는 「우루빈라가섭」과 「가야가섭」과 「나제가섭」의 제자였던 것이다. 이들 3형제가 부처님께 귀의함으로써 그의 제자가 함께 스승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들 4형제중 「마하가섭」존자에 관하여는 다른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우루빈라」의 직실한 구도심과 관계하여 그들의 개종의 전기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우루빈라가섭의 교만심

 「가섭」의 집안은 바라문족이다. 고대 인도에서 종교와 학문을 업으로 삼는 4성계급중 제1급이다. 마하가섭의 아우가 되는 우르빈라가섭은 불을 섬기는 도로 수행하여 자못 높은 경지에 이르렀고 그를 따르는 제자도 오백명이나 되었다. 우르빈라가섭은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파라나국에 있는 니련선 강가에서 그의 제자와 함께 수행하고 있었으며 그의 아우인 가야가섭, 나제가섭 또한 니련선하 하류에서 제각기 3백, 2백의 제자와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니련선하는 누구나 아는바와 같이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기전 고행 끝에 피로한 몸으로 목욕하셨던 바로 그 강이요, 목녀에게 우유죽을 받아 자신 바로 그 곳이며, 그 강가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은 7일 7야를 좌정하시고 마침내 성도하신—불법과는 깊은 인연이 담긴 강이다. 이 강 상류에 우루빈라가섭은 수도하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덕성을 갖추고 많은 제자와 신도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 무렵 우르빈라가섭은 부처님이 출세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법을 설하여 많은 사람들의 귀의를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생각하였다.
  「붓다가 아무리 위대하다 하더라도 젊은 그가 도를 얻으면 얼마나 될까? 나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만나서 도력을 시험해 보리라 생각했다.

  3 가섭을 찾아가다

  부처님의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아서 중생들의 일체 마음 씀씀이를 다 아시거니 우르빈라가섭의 이 교만한 생각을 모르실 리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그를 불쌍히 보시고 그를 제도할 때가 왔다 하시고 그가 있는 데로 향하셨다. 한 사람의 사자도 대동치 않으시고..... 부처님은 지난 날 지내던 니련선 물가를 혼자 걸으시어, 황혼이 뉘엿뉘엿 짙어가는 어느 날 우르빈라가섭의 집 앞에 당도하였다. 우르빈라가섭은 부처님의 청초하고 원만하고 뛰어나신 모습을 보자 먼저 감동을 느꼈다. 그리고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부처님은 파라나국에서 온 사문임을 말하고 하룻밤 쉬어가기를 청하였다. 우르빈라가섭은 『어쩌면 이 젊은이가 <붓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말하였다.
  『처소를 빌려드리기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공교롭게도 빈 방은 없습니다. 동굴 하나가 있어 이곳은 조용합니다. 다만 그곳에는 독룡이 하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였다. 『그곳이라도 좋습니다. 쉬어갈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우르빈라가섭의 속심은 붓다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싶은 호기심도 있었고 한편 어떤 위압감에서 하룻밤 쉬자는 것을 거부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거부하면 자기가 박덕하게 되고 처소를 주자니 또한 못마땅하고 결국 독룡이 살고 있는 동굴을 제안하였던 것이다. 독룡이 있는 줄 알면 저는 사양하고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젊은 사문은 선뜻 그곳에라도 쉬겠다고 하는데는 다시 더 어쩔 수 없었다. 아까운 젊은이가 저 독룡의 해를 입으면 어찌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부처님을 그 곳 동굴로 안내하였다.

  4 독룡을 조복 받다

  부처님은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우르빈라가섭이나 그의 제자들 모두는 놀랬다. 그리고는 곧 놀라 튀어 나올 것을 예상하였다. 하지만 동굴 안은 조용했다. 젊은 사문도 아무 소리가 없다. 밤이 깊어지면서 동굴에는 불을 켜놓은 듯 환한 빛이 비춰 나왔고 그 빛은 붉고 또는 푸르고 또는 흰 빛이 엇바뀌고 또한 섞이면서 강렬한 빛으로 바뀌어 갔다. 밖에서는 동굴 안에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짐작했다. 저 젊은 사문과 독룡은 동굴 안에서 격심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가 짐작했다. 그리고 불쌍하게도 저 아까운 젊은이가 죽어 있을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짐작은 모두가 엉뚱한 것이었다. 부처님은 동굴에 들어가시자 그곳에 가부좌하고 않으셨다. 그리고 삼매에 드셨다. 부처님의 삼매에서는 자비광명이 번져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향내음과 같이 그윽하게,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계절풍을 탄 파도와 같이, 바다를 움직이는 장중한 힘으로 퍼져나왔다. 동굴안에 도사리고 있던 용은 처음 의외의 침입자에 놀랐다. 그리고 자기의 존재를 도외시한 그의 태도에 악심이 났다. 원래 그 동굴은 이곳 우르빈라의 교단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는 도구를 넣어두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독룡이 살고 있었으므로 그곳에 사람이 들어가면 먼저 우르빈라가섭이 주문을 외워 독룡으로 하여금 다른 곳으로 옮겨 있게 하고 또한 그 독을 소열한 연후에 들어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용은 성을 내어 독기를 뿜었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서 독을 뿜고 용력을 내어 보았지만 젊은 사문은 조금도 반응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독기와 악심이 풀리고 봄빛에 사그러지는 눈과 같이 자신의 독해심이 허물어지는 것을 어찌하지 못했다. 필경 부처님의 자비삼매가 퍼지는 밤사이에 동굴에서는 독기가 사라지고 그의 진노와 독해심이 형편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참으로 자비 앞에서는 적이 없는 것이다. 폭력으로 굴복시킨 것이 아니다. 법력이 저를 송두리째 교화한 것이다. 밤은 깊어갔고 소리없이 날은 밝아갔다. 부처님은 조용히 정에서 나시어 동굴 밖으로 나오셨다.   전날 저녁 조용히 걸어가시던 그 모습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담담한 빛이 그 거동을 싼 가운데.
우르빈라가섭과 그의 권속들은 놀랐다. 『놀라운 사문이다.』그들은 놀라움과 의혹을 품고 그를 맞았다. 『젊은 사문이여, 간 밤에 별일이 없으셨습니까? 용에게 다치지나 않으셨습니까?』 부처님은 대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마음만 맑으면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고 믿습니다. 저 동굴 안에 들어가 보십시요. 이제 용도 해독심이 없어진 얌전한 용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용을 두려워 할 것 없이 그 안의 도구를 꺼내도 괜찮을 것입니다.』 가섭의 제자들은 더욱 놀랬다. 그의 담담하고 평화스러운 표정, 그 말고 힘있는 말, 그는 결코 범상인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느꼈다. 무슨 힘으로 저 독룡을 조복 받았을까? 우리 스승도 못하는 것을....... 그들에게는 경복심이 싹트고 있었다. 가섭은 이 젊은 사문이 붓다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두려운 생각과 함께 교만한 생각이 좀 꺽였다. 그러면서도 『아직 나만은 못하다』라고 마음먹었다.

  5 독의 불을 끄라.

  그날은 이들이 섬기는 제삿날이다. 가섭은 이 젊은 사문이 오늘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를 조복받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냈다. 그런데 그날은 제자를 시켜 찾아보아도 그는 눈에 띄지 않았다. 부처님은 가섭의 마음을 미리 알고 그 곳에서 좀 떨어진 숲에 가 계셨던 것이다. 하루가 지나간 다음날 아침, 밝고 평화롭고 씩씩한 모습으로 부처님은 그들 앞에 나타나셨다. 가섭은 물었다. 『젊은 사문이여, 어제는 어딜 가셨습니까?』 『가섭이여, 당신은 내가 어디 가 있기를 바라지 않으셨습니까?』 가섭은 가슴이 철렁했다. 자기 마음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섭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였다. 부처님은 가섭에게 말하였다. 『가섭이여, 당신은 아직 깨닫지 못하였소. 당신 마음에는 질투가 있소. 당신은 내가 여기서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소. 나는 그것을 알기 때문에 어제 이곳을 피했던 것이요. 가섭이여 불을 섬기고 도를 닦는 사람은 불을 섬기기에 앞서 질투심을 끊어야 하오. 가섭이여, 아무리 불을 예배하여도 마음이 더러우면 아무 소용없소. 질투심을 두고는 삼독의 불길이 그 몸을 사르게 되는 것이요.』 부처님의 말씀은 조용하고 짤막했지만 가섭에게는 땅이 동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은 감동으로 울려왔다. 그 후 부처님은 여러가지 놀라운 위덕을 당하면서도 가섭은 그 교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나만은 못하다』라고 생가했던 것이나 번번이 부처님의 깊은 지혜와 자비방편 앞에서는 마침내 고개를 수그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6. 가섭의 발심

  가섭은 젊은 사문이 부처님인 것을 똑똑히 알았던 것이다. 『부처님이여, 저는 이제야 눈을 떴습니다. 부처님 신통이 자재하시어 언제라도 내 마음을 알고 계십니다. 저는 당신이 나보다 나은 줄 알면서도 머리를 숙일 줄 몰랐던 것입니다. 이제 이 늙은 나를 용서해 주시고 제자의 예를 받아 주십시요.』 하고 절하였다. 『가섭이여, 당신에게는 많은 제자와 신자가 있습니다. 그들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가섭은 그의 제자들을 모이게 하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저 사문을 만나서 얻지 못할 귀한 가르침을 받았다. 저 젊은 사문은 붓다다. 천상과 인간의 큰 스승이시다. 나는 이제 붓다의 제자가 되고자 한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제자들은 입을 모아 말하였다. 『스승이여, 저희들의 마음이 정해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이에 가섭과 그의 제자 오백명은 함께 부처님 앞에 나와 합장하고 예배드렸다. 부처님은 그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5백의 제자들은 마음의 깊은 감동이 물결쳐 갔다. 그리고 맑고 담담한 마음이 거룩한 빛과 함께 그들의 마음에 넘쳐나고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 제자가 되어 비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불을 섬기는 데 사용했던 도구를 모두 강물에 던져 버렸다.

  7 가섭 아우들의 개종

  니련선 강물 아랫쪽에서 수행하고 있던 가섭의 아우 「가야가섭」은 강에 떠내려오는 제사지내는 도구를 보고 놀랐다. 혹 어떤 도적이 와서 우리 형님의 교단을 겁탈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 제구들을 내버린 것이 아닌가? 그는 급히 강 아래에 있던 아우 「나제」에게 연락하고 제자들과 함께 형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랬더니 형과 그의 제자들은 모두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은 사문이 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형 가섭은 아우들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우들이여, 잘 왔다. 나는 부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다. 우리들은 이제까지 불을 섬기고 기도한다 하면서 마음 속의 불길을 끌 줄을 몰랐다.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진리의 길을 알았으니 아우들도 함께 부처님 법문을 듣는 것이 어떠한가?』 『형님이여, 말씀을 들으니 [고타마 부처님]은 참으로 큰 성자이십니다. 저희들도 함께 스승으로 섬기겠습니다.」 여기서 가섭 삼형제와 그 제자 1000명이 부처님법에 출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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