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역사를 회고해 볼 때 어려운 국면을 이겨낸 배경에는 언제나 위대한 사상이 선재(先在)했다. 이런 사상은 우리 역사 속에 커다란 전통으로 확립되어 영원한 민족 번영의 기초를 형성해왔다. 여기 「한국 전통사상의 현재」 그 네 번째로 고구려의 대사상가 승랑대사(僧朗大師)의 권위와 그의 일생을 통한 증언(證言)들을 재현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1. 삼론사상의 형성(三論思想의 形成)

 고구려 승랑(僧朗)에 대한 연구는 한국인에 의해서는 오랫동안 계발되지 않고 있었다. 승랑(僧朗)은 고구려에서 활약한 불교학자가 아니라 일찍이 지나(支那)에 건너가 그 땅의 불교사상 풍토를 전환시킨 대 사상가였으며 탁월한 불교 학자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승랑(僧朗)은 자기가 저술한 책이 한권도 없다. 다만 그에게 영향을 받았던 후인들의 저술 가운데서 승랑(僧朗)의 사상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가상대사 길장(嘉祥大師 吉藏)의 중관론소(中觀論疏), 삼론현의(三論玄義), 대승현론(大乘玄論), 이체의(二諦義)등에서 주된 사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혜교(慧皎)의 양고승전(梁高僧傳), 도선(道宣)의 속고승전(續高僧傳) 담연(湛然)의 법화현의석첨(法華玄義釋籤), 안징(安澄)의 중관론소기(中觀論疏記)등 방조자료를 통해 그의 위해한 사상이 밝혀질 따름이다.

 지나의 길장(吉藏)에 의해 크게 완성된 삼론정(三論宗)은 그의 삼대조사(三代祖師)인 승랑(僧朗)의 사상을 기점으로 완성시킨 것이며 이를 신삼론(新三論)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구마라집(鳩摩羅什)으로부터 승랑(僧朗) 이전까지의 성실론적(成實論的)인 대승(大乘)을 고삼론(古三論)이라 한다. 이 승랑(僧朗)의 신삼론(新三論)에 의하여 불타의 중도사상의 획기적으로 현창하여 한국, 일본등으로 전파된 것이다. 이 신삼론의  주창자가 고구려의 승랑(僧朗)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단연 불교사상사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사상사에 있어서도 그를 효시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교가 사상적으로 또는 이론적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있어서는 먼저 불타의 궁극적 경지가 무엇인가를 들어내는 작업이 앞서야 한다. 이것이 용수(龍樹)에 의해서 새롭게 드러난 공관사상(空觀思想)이다. 용수는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팔불중도(八不中道)라는 이론을 전개하였다. 이와 같은 용수의 공관(空觀)에 의한 중도사상(中道思想)은 나집(羅什)을 통해서 지나에 전해졌고 그 후 승랑(僧朗)시대에 이르러서 삼종이체설(三種二諦說)에 대한 이해라든가 오구의(五句義)에 의한 삼종중도(三種中道)의 확립 등이 이루어졌다. 그것들은 단순한 논리로서가 아니라 또 다시 깨쳐 들어가기 위한 이른바 각증(覺證)의 논리였다. 이 논리가 승랑(僧朗)의 이체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를 들어내기 위한 삼종방언(三種方言)인 것이다.

 승랑(僧朗)이 삼종방언(三種方言)을 제시한 것은 결국 삼론종(三論宗)사상의 근간이 되어 그것을 중심으로 길장은 여러 가지의 논(論)과 소(疏)를 전개하게 되었고 드디어 삼론종(三論宗)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대인들에게 승랑(僧朗)의 사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승랑의 주된 관심 분야인 삼종방언(三種方言)을 밝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교가 종교인만큼 논리를 초월하지만 그것이 너무 체험적인 면만을 강조하다보면 논리를 상실하게 되고 논리적 방향에 역점을 두다보면 정리파<(正理派)Nyaya>와 같은 논리적 방식이 되어 종교의 목적을 잃기 쉽다. 그러나 승랑(僧朗)의 삼종방언(三種方言)은 이성(理性)을 가진 지식인이면 누구나 인식할 수 있도록 치밀한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궁극에 가서는 그 논리를 넘어서서 체험해 들어가도록 가르쳐주고 있다는데 그 사상전개의 특징이 있다.

  2. 오구삼중의 인식(五句三中의 認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