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이스크림을 원없이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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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이스크림을 원없이 먹고 싶어요”
  • 관리자
  • 승인 200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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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부옥순(70세) 할머니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숨겨진 고통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인생에 순응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한다.

제주도의 고겲�부 3성(姓) 중 하나인 ‘부’씨라는 성씨에서 알 수 있듯, 할머니는 제주도 토박이다. 제주에서 나고 성장하여 결혼까지 했다. 그리고 결혼 8년 만에 귀하디귀한 외동딸을 얻었다. 그러나 기쁨은 아주 잠시였다.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더니,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아기가 이상했다. 생후 20일 만에 얼굴에 좁쌀만한 뭔가가 울긋불긋 나기 시작하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것이다. 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아보니 ‘알러지성 기관지 천식’이었다. 이후로 하루에도 몇 번씩 아기를 들쳐 업고 병원을 찾았다. 이런 와중에 남편이 여자를 만나 딴살림을 차렸다. 말 그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당시엔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딸아이의 병세가 워낙 심각한 터라 남편을 원망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딸아이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큰 병원이 많은 서울로 왔는데, 어쩌다가 고향을 잃고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버렸네요.”

딸 강윤정(35세) 씨가 12살 되던 해 서울에 올라왔으니, 어느덧 23년의 세월이 흘렀다. 큰 병원을 차례로 순례하듯 옮겨 다녀도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보름에 한 번 꼴로 숨이 홀딱홀딱 넘어가 응급실행이 생활화되었고, 피가 나도 쉴새없이 긁어대는 통에 피부가 온통 벗겨지고 진물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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