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대박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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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대박인연
  • 관리자
  • 승인 2008.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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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연 이야기

1994년 6월 서울지하철 파업과 관련해 조계사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69일간을 부처님도량에서 뻔뻔스럽게 머무르면서 불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는 묘하게 맺어졌고, 저에겐 참으로 기이한 인연의 고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에겐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선 분명 자유, 평등, 평화를 사랑하실 텐데…’라는 믿음을 갖고 절집 안으로 당돌한 잠입을 실행했던 것입니다. 그 해 6월 25일 밤, 거사의 배후엔 이 나라 청년불자 포교에 전력투구하는 자랑스러운 대학생불교연합회 선우들이었습니다. 사찰이 고통받는 중생과 함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깃발을 꽂아보았지만, 한국사회에서 부처님과 민중과의 만남은 그리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다만 헌신적으로 지원해주신 전불련, 대불련 선우님들이 계셨기에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 없답니다.

어머니와 불교

어린 시절, 정월 보름날이면 어머니께서 머리엔 떡시루를 얹으시고, 한 손엔 물주전자 다른 한손으론 저의 손을 꼭 잡으시고 뒷산 언덕을 힘겹게 오르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찾은 곳은 큰 바위 앞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선 하염없이 절을 하시면서도, 한 번 꾸벅하고 멀뚱멀뚱 서있는 저에게 어여 계속하라고 손짓을 하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는 미신일 뿐일텐데, 웬 정성이실까?’라고 생각하며, 누가 볼까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했습니다. 헌데 서울로 이사를 온 후 도선사에 열심히 나가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그 당시 고향 인근엔 사찰이 없었다는 사실과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시는 어머니의 신심을 뒤늦게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불교를 왜 믿고 따라야하는지 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를 따라 찾은 절집에서 마음의 고향 같은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정서가 조계사에 스티로폼을 깔고 농성을 벌이는 무례를 범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는군요. 그렇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을 나눈 사부대중과의 기억들을 지울 수 없기에, 부처님이 누구이신지는 꼭 알고야 말겠다는 발심의 기폭제가 되었으니, 인연치곤 대박인연을 만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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