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석과 觀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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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석과 觀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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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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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의 민속

 음력 사월「파일」은 석가모니 의 탄생한 날이다. 그래서 이 날을 부처님 오신 날, 또는 욕불일이라고 하여 불교신자들은 이 날 새 옷을 갈아입고서 부근의 절로 가는데, 전국 각 지방의 절에서는 큰 재를 올리고 각 전각에 등을 달고 불을 켠다.

 또 이날 저녁을 등석이라고 하여, 저녁이 되면 불교 신자의 집에서는 등을 켜 달아서 밝게 하는데, 며칠 전부터 등대를 세우고, 등대 위쪽 끝에다 꿩의 꼬리를 묶고 물들인 비단으로 만든 기를 단다. 그리고 꿩의 꼬리가 없는 집에서는 등대 머리에 소나무 가지를 맨다. 그리하여 그 집안 자녀의 수대로 등을 켜 달아서 불이 환하게 밝은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등대를 세우지 못하는 집에서는 처마나 나뭇가지에 등을 달기도 한다. 이 등석 행사는 그 이튿날인 9일에는 그치는데, 사치하는 집에서는 큰 대를 수십 개씩 얽어 매어 쓰기도 하고 혹은 해와 달의 형상으로 만들어 꽂아서 바람에 따라 굴러 돌게 하기도 하고, 혹은 굴러 돌아다니는 등을 매달아서 그 등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마치 탄환이 달아나듯 하게도 한다.

 그리고 혹은 종이위에다 화약을 싸서 이것을 노끈, 또는 새끼줄에 얽어매어 불을 당기면 터져서 꽃불같이 비 오듯 하기도 하며, 혹은 종이로 용을 만들어 바람에 날려 띄우게 하기도 하며, 혹은 인형을 만들어 옷을 입히고 얽어 띄워서 요동케 하며 놀게 하기도 한다. 또 각 상점에서는 등대로 서로 높이 하려고 다투어 승부 삼아 만들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 날 밤, 연등하는 등룡의 현상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종류로서는 수박등‧ 거북등‧ 오리등‧ 배등‧ 북등‧ 연꽃등‧ 학등‧ 잉어등‧ 항아리등‧ 공등‧ 종등‧ 누각등‧ 난간등‧ 화분등‧ 가마등‧ 머루등‧ 병등‧ 방울등‧ 자라등‧ 수복등‧ 태평등. 만세등‧ 남산등. 그림자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55년전, 필자가 본 바를 적은 것이나 19세기 이조 정조 순조때의 학자인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4월 파일(8일)조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보이니, 즉 며칠전부터   인가에서는 각기 등대를 세우는데, 사치스런 사람은 큰대나무 수 십개를 이어 매고, 오강(서울의 한강‧ 용산강‧ 마포강‧ 현오강‧ 서강)의 돛대를 실어다가 받침대를 만들어 놓는다.

 혹은 일월권(장대위에 가로댄 나무가 바람이 불면 빙빙 돌도록 된 것)을 꽂아 놓아, 바람에 따라 그것이 눈이 부시게 돈다. 혹은 회전등을 매달아 빙빙 도는 것이 마치 연달아 나가는 총알 같다. 혹 종이로 화약을 싸서 줄에다 매어 위로 솟구치게 하면 활을 떠난 화살 같아 아래로 내려오는 불길이 흩어져 내려오는 것이 마치 비가 오는 것 같다. 혹은 종이를 수십발이나 되게 이어 붙여 펄펄 날리면 마치 용의 모양과 같다. 혹은 광주리를 매달기도 하고, 혹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매어 놀리기도 한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가게에서는 등대를 높이 세우느라고 받침대를 다투어 높이 만든다.

 등을 만들 때는 종이로 바르기도 하고 붉고 푸른 비단으로 바르기도 한다. 운모를 끼워 버선과 화조를 그리기도 하고, 평편한 면마다 모가 진 곳마다 삼색으로 돌돌 만 종이나, 길쭉한 쪽지 종이를 붙이기도 한다. 그리하여 펄럭이는 모습이 매우 멋이 있다. 또 북등에는 장군이 말을 탄 모양이나 삼국의 고사를 그렸다. 또 연등 안에는 갈이를 만들어 놓고 종이를 잘라 말 타고 사냥하는 모습이나 매 개 범 이리 사슴 노루 토끼 모양을 그려 그 갈이틀에 붙인다. 그러면 바람에 의하여 빙빙 도는데 거기에서 비쳐 나오는 그림자를 밖에서 본다.

 서울 시내의 등 파는 등은 천태만상으로 오색이 찬란하고 값이 비싸며, 기이함을 자랑한다.

 종가(지금의 종로)에는 이 등들을 보려고 사람들이 담벼락같이 몰려 선다.

 또 난새 학 사자 범 거북 사슴 잉어 자라 모양의 등과 선관 선녀가 말을 탄 형상의 등을 만들어 팔면, 어린 아이들은 다투어 사가지고 장난하며 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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