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 안부(安否)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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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 안부(安否) 한 마디
  • 관리자
  • 승인 2007.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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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태가 사악스럽게 돼 가는 탓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들어서는 예사스러운 안부(安否) 한 마디 주고 받기가 겁이 난다. 인정이 풍연(豊衍)하고 생존의 질서가 항직하다 치면 안부의 말 또한 덥석 부여잡는 손만큼 덥고 정직해야 옳겠으되, 워낙 삭연(索然)한 세강말속(世降末俗)의 형편이 사람들로 하여금 한 마디 인사말에도 그쯤 어질머리를 앓게 함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어떤가?」하는 아부에 너나없이 대답하거늘, 「재미없어 못 살겠다!」는 한탄 만으로 일관하면서, 충정에서 안부하는 자의 낯을 되려 뜨겁고 무색케 만들기 일쑤다.

 사람의 본색이라는 게 침우기마(寢牛起馬)의 제나름일 것이니 세상을 환멸함 또한 저들 취향의 인과(因果)에 합당할 것이지만, 적빈(赤貧)의 울혈로 생존하는 자나, 술수 묘리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안검상시(按劍相視)격 철학만을 맹종하는 자나, 혹은 소드락질로 이룬 풍요한 금력을 앞세워 불우한 사람들만 골라 악장치고 사는 사승습장(死僧習杖)격 잡색들 모두가 한결같이 「재미없어 못 살겠다!」하는 세상이라면,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떤 요지경속인가 하여 우두망찰 혼줄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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