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 번뇌의 씨앗을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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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 번뇌의 씨앗을 생각한다 -
  • 관리자
  • 승인 2007.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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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화

  궁즉통(窮則通, 막히면 트인다)이라는 말도 있듯이 꽁꽁 앓고 있는데 돌연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허수룩한 50대 남자 한 명과 그의 부인인듯한 사람이 그를 부축하며 들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초조함에서 풀린 나는 붓을 놓고 그들에게 자리를 권한 뒤에 찾아온 연유와 어디 사는 누구인가를 물었습니다.

  그 부인의 말에 의하면 자기 남편이 오래전부터 정신착란증에 걸렸는데 아무리 약을 써도 소용이 없고, 이렇다할 병원이나 박사들을 찾아 다녀도 아무 소용이 없어 지쳐있던 차에 봉선사 주지스님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으니 남편의 난치병을 고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진짜 딱할 일이 아닙니까? 내가 유명할 것도 없고, 더우기 내 감기 하나 정도도 못 이겨 골골거리는 주제에 남의 난치병을 고치다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나는 그들의 말에 펄쩍 뛰면서 " 나는 유명할 것도 없다. 더군다나 남의 병까지 고쳐줄  아무런 재간도 없다"며 말했습니다.

  그러나 내심에는 저으기 흐뭇한 감정 같은 것이 싹트고 있음을 은연 중에 감지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어깨에 힘주며, 목청까지 높여가며 "당신네는 헛걸음을 했다. 내가 무엇이 유명하다고 어떤 사람의 모함을 듣고 왔느냐¨."고 소리쳤습니다.

  나는 그때 좀 진정해야 되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화를 내고, 속으로는 흐뭇해 하는 심사가 아무래도 상대방의 눈에 띄일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좀 누그러뜨린 자세로 헛기침까지 하고는 점잖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불편하십니까?"

  이때 여자의 눈에는, 그러면 그렇지 하며 내 실력이 이제야 나타나서 자비로운 가피력을 입게 되는가보다 하는 안도의 빛이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아무것도 한 일 없이 유명해졌고, 또 병원, 약국, 의사, 박사까지도 못 고친 환자가 내 앞에 저렇게 다소곳이 내 처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드디어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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