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안락한 삶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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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안락한 삶이니…
  • 관리자
  • 승인 2007.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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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부처님께서는 왕사성(라자그리하, 나열기)에 계실 때의 일이다. 성에서 동남쪽으로 삼백 리 되는 곳에 오백여 세대가 모여 사는 산동네가 있었다.

   이곳 산마을의 사람들은 성품들이 거칠고 부드럽지 못해 교화하기가 심히 어려운 자들이었으나 숙세의 복과 원력으로 세존의 교화를 받게 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세존께서는 사문의 차림으로 그 마을의 동네방네를 한 바퀴 돌아 보셨다. 그리고는 마을 밖으로 나가시어 큰 나무 아래서 가부좌하시고는 열반삼매에 드셨다.

   이레가 되도록 잔기침은커녕 숨도 쉬지 않은 채 꿈쩍도 하지 않자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문이 이미 죽었으니 마을에서 장사를 치러 주자고 서로 의논도 하였다. 모두가 나뭇단을 아름으로 안고 와서는 불을 지펴 다비를 행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두어 길 높이로 쌓아 올린 나무가 다 타버리고 불이 꺼졌는데도 사문의 모습은 그대로가 아닌가. 뿐만 아니라 불이 꺼지고 사문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그의 몸에서 밝은 빛줄기가 나와 사방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그런 뒤에 도로 자리에 앉으니 용태가 고요하고 편안하며 은은한 기쁨으로 넘쳐서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장례식에 참례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닌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더더구나 세속적 욕락을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이 경이스런 일에 끌리어 세간살이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는 새로운 기적이 일어나 그들 모두를 빨아들일 것 같은 숨이 멎은 순간이었다.

   그때 문득 마을의 장로가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어 절하고는 말했다.

  『우매한 산사람들이라 도인을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망령이 들어서 장사지내려 한 죄 태산과 같사오나 자비로 거두시어 허물을 살펴주소서. 행여 불길에 상하신 데나 없으시며 괴로운 일이라도 없으신지 어리석은 마음에 근심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평화로운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띠며 게송으로서 대답하셨다.

  『이미 안락한 나의 삶이니

     원한이나 노여움을 있을 수 없다오

     원망하고 시기하는 세상이지만

     그러나 나만은 벗어났다오

     <법구경 제 197송>

     이미 안락한 나의 삶에는

     병들어도 병으로 앓는 법 없네

     사람들은 병들어 앓기도 하지만

     나만은 병에서 벗어났다네

     <법구경 제198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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