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회색빛 바람 부는, 내려앉은 차가운 하늘을 배경으로 생각나는 절이 있다.
나 같은 비불신자가 절을 찾는다는 것은「그냥」이다. 그러니까 여행 중에 들러 보는 정도랄까, 왜 우리나라에서 사찰만 찾으면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본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따라서 절은 우리가 산을 오르고 길을 갈 때 으레 만나는 생활과 자연의 일부이리라.
언제가 그 해 겨울, 직장동료들의 지리산 등반에 참가 했다. 아침 산보조차 귀찮은 내게 초행의 지리산, 그것도 겨울 등산은 거의 모험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일행의 대부분은 준프로급이었고 또 종주(縱走) 등반도 아니었기에 나는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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