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빚진 것은 이생에 갚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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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빚진 것은 이생에 갚아야지요”
  • 관리자
  • 승인 2007.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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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행복의 조건을 돈, 건강, 가정 등 외부적인 환경으로만 가늠해볼 때, 아마 이보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드물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하여 행복의 우위를 따질 수는 없지만, 자신보다 힘겨운 삶을 바라보며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는 있다.

이춘수(56세) 씨는 수년 전부터 대변에 피가 묻어나왔는데, 지난 1월부터 하혈 증세가 심해졌다. 한 달간 견디다 못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니 대장암이었다. 수술이 잘 되어 회복되는 듯했으나, 수술부위가 터지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이후 장 유착, 장 마미 등의 합병증으로 최근까지 5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치료 중에 있다.

“이제껏 음식을 못 먹었어요. 죽이라도 먹은 지 이틀 됐네요. 곧 밥 먹을 때 되면 퇴원해도 좋다고 합니다.”

퇴원 소식에 설핏 미소가 비쳤으나, 이내 표정이 굳어진다. 병원비 걱정은 뒤로 하더라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지나온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며 간간히 격정에 휩싸여 말을 잇지 못한다.

9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둘째 동생을 낳다가, 아기와 함께 저 세상으로 갔다. 아버지는 홧병으로 마음을 잡지 못하다가, 객사하여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이후

자신은 부산에 있는 큰집에 맡겨지고, 4살 터울이던 여동생은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모진 구박을 당하며 더부살이가 시작됐다. 사촌들이 모두 학교에 갈 때 자신은 큰아버지를 따라 거친 목공소 일을 했다. 사촌들과는 먹는 음식도, 입는 옷도 달랐다. 하루라도 매를 안 맞으면 다행이었다. 가끔씩 고아원을 찾아 잠시 여동생의 얼굴을 보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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