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만행(菩薩萬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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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만행(菩薩萬行)
  • 관리자
  • 승인 200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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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원효성사

“몇 년 함께 살면서 그들의 자질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쓸 만한 일꾼들이더군요. 그래서 나라를 위해 혹 쓰임이 될까 하고 무술도 가르치고 학문도 가르쳐 왔습니다. 나라에서 그들의 자질을 인정해 주신다면야 그보다 감사할 데가 있겠습니까.”

원효와 유신공은 거지떼를 첩자로 내세우기로 합의하였다.

무술을 연마하던 백여 명 중에 열 명은 나라의 정규군에 편입시켜 수천 명의 우두머리로 삼았고 나머지 90 명은 백제와 고구려로 밀파하였다. 그들은 모두 평상시대로 거지 행색을 갖춰 두 사람 네 사람씩 작을 지워 보냈다. 그리고 유신공은 가섭원의 나머지 삼백여 명도 유사시에 군사로 활약하도록 모두 무술을 익히도록 하였으며 그대신 군량미를 지급해주기로 하였다.

삼백 명의 거지떼들도 석 달간 훈련을 마치고 백제와 고구려로 파견하고 나니 가섭원에는 부녀자와 노약자 그리고 새로 들어온 20여 명을 합하여 70여 명밖에 안 되었다. 나라에서는 이들에게 계속하여 식량을 대주었고 남은 사람들은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였다.

이렇게 인원이 줄자 원효는 할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길렀던 머리를 깎고 다시 붓을 들었다. 예전에 미쳐 못다한 경전들을 번역하고 주석을 부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 사이 분황사의 만선 비구가 몇 차례 다녀갔는데 원효는 만선을 시켜 경전을 가져오도록 하여 책과 마주하였다.

그러는 어느날

유신 장군의 청이 있어 그 댁에 갔다.

“잘 오셨소 대사.”

“그간 별고 없으셨소이까?”

“예, 바쁜 중에도 별탈이 없이 지내왔습니다.”

“국경을 넘어간 사람들은 자주 소식이 옵니까?”

“예, 자주 옵지요. 스님이 기르신 부하들이 백제와 고구려의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저들의 동정을 샅샅이 탐지해 오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올시다.”

“그런데 오늘은 상감께서 부르시기에 오시라 하였소.”

“상감께서요?”

“가시면 알게 됩니다만 과히 염려는 놓으시오.”

원효는 유신공을 따라 궁으로 갔다. 승만여왕 시절에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내전으로 직행하였다.

“대사, 오랜만이오.”

상감은 인사도 끝나기 전에 원효의 손을 잡고 말을 잇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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