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을 가진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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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을 가진 보람
  • 관리자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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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혁이는 집중력이 매우 좋아졌다. 다섯 살인 나이에 비해 유난히 산만했던 그 애는 엄마가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그 증세가 더욱 심했다. 물론 할머니가 키웠다고 모든 아이들이 다 산만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엄마가 키웠어도 엄마의 유아교육 방법이라든가, 엄마의 생활태도나, 성격에 따라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로 크다. 일례로 텔레비전을 좋아하는 엄마들과 함께 자란 아이는 똑같이 아이 역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많이 본다. 당연히 아이의 성격이 소란스럽고 폭력적이고 버릇없이 군다.
나는 한글 지도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우리 아이를 떠올리곤 한다.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은혜 역시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혹은 은혜가 커왔던 모습과 그 아이들을 은연중에 비교하게 된다. 유난히 오늘 성혁이 같이 엄마가 맞벌이를 하는 아이를 대하게 되면 한번 더 그 아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게된다.
결혼하면서 남편과 나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약속을 했었다. 또 주부가 되어서도 직장생활을 하고 싶었던 나는 은혜가 네 살이 되기만을 기다려왔다. 은혜가 어느 정도 컸으며, 이제는 제법 엄마와 대화로 모든 일을 해결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애 역시 아직 철부지 어린 아이인 까닭으로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지만 나에게도 내 나름의 삶과 생활이 있어야 된다는 필요성이 나날이 절실해졌다. 특히 아이가 놀이방에 가면서부터는 집안 일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하루에도 서너 번 씩 해야했던 빨래와 집안 청소도 하루 한 번으로 줄었다. 내게도 내 일이 필요했다. 하루종일 남편 돌아오기만 기다리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유 없는 짜증만 늘어갔다. 괜히 식구들한테도 신경질을 부렸고, 특히 자기 일을 계속해 고는 친구들과 대학 동창들을 만나고 온 날에는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속상했다.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친구 하나는 이제 어엿한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으며, 고등학교 친구는 국민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과 집안 일에만 매달려 하루하루 그저 나이만 먹어 가는 나의 모습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내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아무리 자위를 해도 역시 내게는 나만의 일거리가 필요했다.
이제 나는 비록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하루하루 다르게 변하는 모습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다. 비록 하루종일 이 집 저 집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서 몸은 피곤하고 고달프지만 집에 돌아와서 즐겁고 바쁘게 가사일을 돌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 이후 4년 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한 일은 그렇게 수월하고 즐겁지만은 않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남는 시간에 심심풀이 부업 정도로 시작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 그 조직에서도 영업 실적에 따라 서로 견제한다든지, 감정이 상할 때도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만둬 버릴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과도기를 넘긴 나는 나의 일이 있음이 무엇보다 즐겁다.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 대수롭지 않고 아무리 하찮아 보일지라도 어떤 소명과 사명감을 갖고 나의 일에 임한다.
특히 오늘 같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눈에 띄게 학습태도가 향상되고 좋아질 때는 더욱 그렇다. 이제 고 이 일을 시작한 지 일 년하고 두 달이 지났다. 은혜에 대해서는 늘 항상 미안함이 있어서인지 더욱 애정을 갖고 그 애를 대하게 된다. 비교적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는 아이한테 고맙기도 하고 내 일에 대해 관심이 커갈수록 시간의 소중함이 절실해져 매사에 성의를 다하게 되었다.
결혼 후 4년 동안 가사일만 해왔을 때보다 한층 힘들고, 우리 은혜에게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지만 나는 비로소 내 일을 하며 나만의 땀을 흘리는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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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은 ‘86년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89년에 결혼하여 현재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어린이 한글학습프로그램인 ‘두리두리’ 교사가 되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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