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팔 배 땀 방울 속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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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팔 배 땀 방울 속의 행복
  • 관리자
  • 승인 2007.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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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샘/ 행복한 시간

근래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TV연속극을 보면서도 눈물을 찔끔거리기 일쑤다. 고향에 돌아가 오랜만에 만난 형수님 아지메 얼굴에 깊고 굵게 패인 주름살과 검버섯. 먼저 가신 선조(先祖)께서 정겹게 보살펴 주시던 추억담에도 눈물을 참지 못하니, 이 눈물이 회한의 눈물인지 지난 것의 망상에 젖은 그리움의 눈물이지 모르겠다. 이제는 이승에서 육신의 옷을 벗었거나 벗을 시간에 가까웠거나, 참회하시어 더 좋은 옷을 갈아입고 좋은 인연 법 맺어 내생(來生)에는 고통과 눈물, 한 오라기 한(恨)도 엮이지 않은 삶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서원(誓願)을 세우고 싶다. 갖은 장난을 다 저지르며 중고등학교를 붙어 살다 시피 졸업했고 대학 재수 때는 백률사(栢栗寺)와 건천(乾川)단석사(斷石寺)를 오르내리며 입지(立志)를 함께 세우기도 했던 주형(朱兄). 학과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까지 다닌 이 인연이 보통인연인가. 신문기자니 봉재 공장이니 유학의 꿈도 무산되고, 객지를 떠돌던 검은 구름 한 조각 한을 싣고 고향에 돌아와 건설업 한 십 년에 이제는 끝맺음으로 자리잡고 따뜻한 일가 이뤘는가 안도했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이승의 인연이 다했던가. 지난 봄 눈길 위에 교통사고로 그이 육신과 입지는 흩어져 버렸다. 속세에 머물다 가야 할 중생아! 소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그 몽상의 구름에 가린 성정(性情)으로 세월에 떠내려가고 있구나. 작년 6월 코암이란 진단을 받아 들고 나는 인생의 정리를 서둘렀다. 두 번의 CT촬영, 유명한 이비인후과의원을 거쳐 한양대병원에 보름간의 입원, 몇 차례 조직검사, 그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인생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고민했다. 어머님의 손에 잡혀 오르던 절을 아내의 간청에 마지못해서 그렇게 다니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수술대에 누워 조직검사를 위한 간이수술을 받는 두 시간 동안 지장경을 지성껏 독송했었단다. 체중도 줄지 않고 통증도 없는 데도 주치의는 암을 의심치 않고 단언하고 있었다. 일주일이면 나오리라던 결과가 휴일이 겹쳐 9일씩이나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피가 마르고 신경이 조여드는 불안의 밤에 죽음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처음으로 지장경을 매일 일독씩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시간이 그렇게 지리한 것인지, 병상이 바늘투성인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 병실을 내 발로 걸어서 나간다면 지장경을 백독은 꼭 하고 말리라 다짐했다. 지금은 지장경을 읽고 사경도 하며 아침마다 백팔배를 하고 있지만 병상에서 사신(死神)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생소한 지장경을 읽어 간다는 것은 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이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절박감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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