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나누는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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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나누는 벗
  • 관리자
  • 승인 200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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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좋은 사이 ______도반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말씀이 온 법계에 고루하시고 불자들의 소원과 염원을 담아 장엄하게 이루어진 제등행사도 끝나고 이제 한가로이 마음을 비우고 바람결에 실려오는 아카시아 향내음 속에서 잊혀져간 시간들을 새삼 떠올린다. 이렇게 산천이 초록으로 짙게 물들어가는 6월이 오면 산사의 종소리는 더욱 맑아지고 처마끝의 풍경소리도 스님들의 청아한 독경소리,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그윽하게 풍겨오는 향내음.

무심코 스쳐버렸던 소리와 그리운 사연들, 귀기울이면 문득문득 들릴 듯하고 눈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까닭없이 울적한 밤이면 나는 문득 먼 하늘을 바라보곤 하였다. 마치 늙은 고양이가 무심이 밤하늘을 쳐다보듯이.

시도 때도 없이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존재가치`에 대한 갈등과 친구들과의 뜻없는 농지거리들 그리고 잊고 있던 친구들의 전화, 성의없는 나의 대꾸에 오히려 짜증만을 넘겨 주었던 무력함이 안개비처럼 온 몸을 적져주던 시간속에서 이따금 올려보는 밤하늘이 내겐 애뜻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그 순간순간이 척박한 나의 가슴에 숨통을 열어 주곤 하였다.

온통 세상이 허무하고 고단해져서 제아무리 고마운 이들도 눈에 차질 않았고 그리운 사람들의 소식마저도 반갑지 않았던 그런 방자하고 교만함으로 가득찼던 날들과 함께 더욱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깊은 곳에서 불쑥 고약한 모습으로 기어오르던 죽음의 몸짓, 덧없는 삶의 깃발의 흔들림 속에서 아무런 위안도 안식처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많은 생각들과 덧없음이 깊어 지면서 나는 출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철모르던 시절의 부처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심신을 강원도 삼악산 작은 암자에 의지하려 했던 내게 스님으로서의 인연도 금강과 같은 정신력과 각별한 수행, 그리고 지중한 인연이 아니고서는 쉽지가 않았다.

결국은 생각과 달리 수행이 뒤따르지 못했고 나는 또 다시 방황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무렵 그는 내게 새로운 빛으로 다가왔고 그 무엇으로도 다독여지지 않았던 내게 진정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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