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내가 새삼스레 불교와의 인연을 얘기하자니 자못 마음마저 새록새록해진다.
나는 전형적인 유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엄부(嚴父)께서는 서원에서 초헌관(初獻官)도 하시고 수헌(首獻)도 하셨던 유학자셨다.
물론 그러한 와중에서도 어머니나 형수께서는 사월초파일이면 가까운 절에 가서 등불도 켜고 정초불공도 드리는 신심을 갖고 계셨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교적인 가풍속에서 유교의 생활 가치관을 습득하며 내 유년기를 보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불교와의 인연이라면…. 국민학교 4학년 때의 일이 불현 듯 생각난다. 나는 정읍군 산외면에 있는 산외국민학교를 다녔었다. 4학년 때 우리 학교에서 큰재를 넘어 35리 거리에 있는 김제 금산사로 봄소풍을 갔다. 길가에는 꽃이 만발하였고 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는 금산사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단청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건물들, 높디높은 3층의 미륵전에 들어갔을 때, 성스러움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미륵삼존불을 뵈면서 내내 경이로움과 성스러운 감동으로 충만했던 것같다.
당시에 그토록 강렬하게 내 가슴속에 새겨진 금산사에 대한 감동이 아슴아슴 흐려질 바로 그 무렵에 나는 또 한 번 절에 갈 수 있었다. 국민학교 6학년 졸업기념 수학여행을 내장사로 간 것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단풍 곱기로 유명한 내장사는 어린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종소리, 풍경소리, 목탁소리가 왜 그렇게도 나의 마음을 울렸는지…. 그 고요한 절 분위기속에서 나는 말할 수 없는 경건함을 느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부처님에 대해 공경하는 마음도 어렴풋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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