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웃으며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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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웃으며 살게 하소서
  • 관리자
  • 승인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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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만들기 1

1
오늘도 아이들이 막 떠들고 장난을 치길래 벌을 세웠다. 의자를 들고 서있는 벌이다. 아마 내가 담임하는 아이들의 팔 힘은 조금 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팔굽혀 펴기를 한다거나, 철봉에 매달려 있다거나, 의자를 들고 있거나 하는 벌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아이들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한다.
“시끄러워, 무슨 엄살이야!”
소리를 빽 지르면서 아이들을 둘러 보다가 나는 그만 슬그머니 웃고 말았다. 제일 앞에 서 있는 녀석 하나가 남대문이 활짝 열린 채로 쩔쩔 매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의자는 들었지, 바지 지퍼는 열렸지…….
내가 참지 못하고 웃으니까 아이들도 오만상을 찡그리며 따라 웃는다. 벌을 받으며 징징 우는 것보다는 웃는 얼굴이 그래도 귀엽다.

2
아이들이 써낸 일기장을 읽다가 나는 혼자 슬그머니 웃을 때가 많다. 나는 이따금 내 손으로 요리를 직접 한다.
요리라고 하니까 좀 거창한 것 같고, 그저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 만드는 것을 눈여겨 보았다가 흉내만 내는 정도이다.
그날도 나는 배가 몹시 고팠다. 힘없는 다리를 터덜거리며 집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직접 요리를 해먹는 수밖에…….’
나는 밥통에 남은 밥을 프라이 팬에 퍼 넣고 김치․당근․햄 따위를 꺼내 썰어 넣고 밥을 볶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바야흐로 내가 만드는 볶음밥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에 형과 누나가 동시에 들어왔다.
“흠,흠,흠. 이게 무슨 냄새냐?”
형은 그 커다란 코를 벌름거렸다.
“미안하지만, 형 몫은 없어.”
“네가 한 요리라면 차라리 안 먹겠어.”
형은 내 솜씨를 영 못 믿는다는 투였다.
“흥, 형은 얼마나 잘 하기에.”
“너보다 조금 낫지.”
우리 둘이 옥신각신 싸우니까 누나가 사이에 따고 들어왔다.
“너희들, 그러지 말고 내기해라. 요리 내기. 내가 심사해 줄게.”
그래서 형과 나는 요리 내기를 하기로 했다.
형도 볶음밥이었다.
나는 이미 거의 다 해놓은 상태였지만, 형에게 지지 않으려고 볶아놓은 위에 새로운 재료를 더 넣고 다시 볶았다.
파․양파․마늘․고추가루․계란…….
드디어 끝나고 누나가 심사할 차례였다.
먼저 형의 것을 먹었다.
“음.”
누나의 고개가 약간 끄덕여졌다.
다음으로 누나는 내 볶음밥을 떠서 입으로 넣었다.
나는 긴장된 얼굴로 쳐다보며,
“야 역시 이 맛이야, 정말 기가 막힌데”라는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누나의 입에서는 “우왁! 물,재훈아, 물…….”
이런 비극적인 비명이 튀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누나가 괜히 그러나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한 숟갈 떠서 입에 집어 넣었다.
“우왁!”
나는 차마 소리를 못 지르고 그냥 펄펄 뛰었다.
“이게 볶음밥이냐? 소금밥이지.”
누나가 그때까지 소태 씹은 표정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3
아이들에게 앙케트를 받아 보았다.
이따금 흐트러지는 내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들에게 생긴 문제점은 없는가, 아이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가끔 하는 일이다.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
……선생님, 며칠 전에 선생님 책상 위에서 없어졌던 사탕, 그거 제가 먹었어요.
……최근에 학교에서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면?
……예방주사 안 맞으려고 화장실가서 숨어 있다가 선생님에게 발견되어 결국은 끌려가서 매 맞은 일.

웃는 얼굴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웃을 일이 있어서 배를 잡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은 늘 신선한 웃음을 웃을 수가 있기 때문에 즐겁고 재미있다.
올해도 늘 웃는 날들만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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