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간오도(塚間悟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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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간오도(塚間悟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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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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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원효성사󰊱

1. 서당화랑(誓幢花郞)

화랑(花郞)으로 입문하여 여러 해를 타향에서 무술을 연마하고 또 백제(百濟)와의 싸움에 참전하였다가 이제 고향 압량군(押粱郡)으로 돌아오는 서당(誓幢)의 가슴에는 흥분의 물결이 일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감격과 포근함을 안겨주는 모양이었다.

“아!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내가 고향을 떠난 지 이제 겨우 8년인데 모든 것이 눈에 생소하기만 하구나……”.

그가 고향을 떠날 적에는 계절이 가을이었고 8년만에 귀향하는 지금은 봄철이니 그의 눈에 비친 고향산천의 모습이 달라져 있음은 당연하리라.

더욱이 고향을 떠날 때의 나이는 11세의 어리디 어린 소년이었으니 산과 들을 관찰하고 완상하는 예지가 아무래도 깊지 못하였을 것임은 물론이다.

서당은 진평왕 39년에 태어났으니 올해(선덕여왕 3년) 18세의 씩씩한 청년이다.

그가 태어난 불지촌(佛地村)은 발지촌(發智村)이라고도 하고 불등을춘(弗等乙村)이라고도 부른다.

처음 그의 어머니가 유성(流星)이 떨어져서 품 안에 들어오는 꿈을 꾸었으므로 장차 큰 아기가 태어날 것을 미리 짐작하고, 늘 목욕재계하고 뒷산 중턱의 큰바위 아래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천지신명이시여, 하늘에 계옵신 햇님, 별님이시여, 그리고 대자대비하옵신 부처님이시여, 이 몸에게 큰 아기를 주시옵소서…….”

큰 아들, 훌륭한 아들을 갖고 싶은 것은 어머니들의 소박한 소망이다.

서당의 어머니도 그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새벽과 밤으로 뒷산을 오르내리며 마음을 오롯하게 바쳤다.

예로 부터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하듯이 그의 어머니는 새벽에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밤골〔栗谷〕의 사라나무〔沙羅樹〕아래에서 평소의 소망대로 큰 아기를 낳았다.

만삭이 된 몸을 가까스로 가누어 산에 올라서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부처님과 별님과 햇님, 그리고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경건하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동녘 하늘이 희끄므레하게 열리려하자 신선한 공기를 흠뻑 마시며 산을 내려오다가 문득 복통을 의식했다.

차츰 복통이 심하여지자 어머니들만이 느낄 수 있는 예민한 육감으로 아기를 얻을 시간이 임박하였음을 직감하였다.

점점 심하여지는 아픔을 억지로 참으면서 걸음을 빨리하는 것이었지만, 그 걸음은 생각만 빠를 뿐, 실제로는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걸이는 느린 황소걸음보다도 더 느렸다.

어머니는 차츰 초조해졌다. 집에까지 가자면 아직도 까마득한데 아기는 뭐가 급했던지 빨리 대지(大地)의 신선한 공기에 접하고자 동동걸음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한 손으로는 아랫배를 안아 떠받치고 한 손으로는 풀포기를 쥐어뜯 듯 붙잡으며 포복하여 내려온 곳이 밤숲이 우거진 밤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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