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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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할머니
  • 관리자
  • 승인 2007.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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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이십여년 전이다.

나는 교직(敎職)에 있는 몸으로 여름방학 때마다 책을 한 보따리 싸들고 거의 의무적으로 이름도 없는 암자(庵子)를 찾았다.

 그 암자는 경주와 감포(甘浦) 사이에 자리잡은 기림사(祈林寺) 주변에 있었는데 그곳을 찾아가려면 그야말로 양의 창자 모양의 고불고불하고 험준한 고갯길을 고물버스로 몇바취 돌다가 중간에 내려서 한 시간 반가량 걸어야 했다. 

  왜 그런 곳을 거의 의무적으로 찾아가야만 했을까.

 학생 시절, 경주에 들렀을 때 나는 이상한 모험심을 느꼈다. 흔히 알려져 있는 명승고적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미처 발견되지 못했거나, 미처 발을 들여놓지 못한 곳을 찾아내어 세상에 공개해보고 싶은 일종의 객기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고적지를 찾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그대신 산 속에 갇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암자를 발견하였다. 그 암자엔 팔십 고개를 바라보는 보살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있었다. 암자에 들어선 나를 보자 그 할머니는 합장을 했다. 그러면서 만면에 희색을 띠고 어서 들어오라고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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