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불기(佛器)

서울에서 남쪽의 산이라면 관악산이다. 관악산은 동쪽이 청계산(淸溪山)이고 서쪽이 삼성산(三聖山), 중앙 연주대가 있는 산이 관악산이데 서울에서는 흔히 통털어 관악산이라 부른다. 오늘날과 같이 소음과 오염된 공기와 혼잡의 밀집지대에서 사는 서울사람에게는 서울 주변에 산이나 들은 모두가 시민의 휴양지가 되고 말았고 관악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산에 가면 의례 절이 있는 것으로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이들 절에는 깊은 정신의 역사와 인간현실을 편안하게 붙들어 주고 있는 신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불성사는 연주대 뒷 쪽 봉우리 아래에 있다. 과천에서 가자면 연주대에서 약 二․五 km쯤 되고 안양 쪽에서 가자면 삼성산 삼막사에서 망월암을 거쳐 약 六․五km쯤 되는 곳에 있다. 서편으로 나즈막한 한 봉우리가 이어져 바다에 연하였고 그 사이에 오밀조밀 수 많은 인가가 들어차고 수 많은 사연들을 그 사이를 잇는 길을 통하여 토해내고 있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아래에는 맑은 물 끊임없이 흐르는 개울이 흐르고 뒤로는 저 유명한 의상대가 있다. 아마도 절벽사이로 二○○m는 될 것이다. 독자들은 대강 이만하면 불성사의 주위가 짐작이 가리라. 이 주변에는 아직도 숲이 여전할 것이고 맑은 물은 소리없이 삼성산을 감아돌아 안양 풀, 석수동으로 흐를 것이다.

불성사는 신라시대 의상(義湘)조사의 창건이라고 전한다. 의상대는 의상 스님이 공부하던 곳이라 하고 수많은 기도가 이 도량에 끊이지 않는다. 아마 지금도 기도의 목탁 소리는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백년쯤이나 되었을까. 하루는 중년의 남자 세 사람이 주지 스님을 찾았다. 정중히 인사드리고 나서 불성사임을 거듭 확인하고는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마지 불기 세 개를 내어놓았다. 그리고 하는 말이다. 『이것이 이 절의 것이 아닙니까.』주지스님은 어리둥절해서 불기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틀림없이 불성사의 불기였다. 그것도 수일 전에 공양올릴 때 법당에서 사라진 바로 그 불기다. 주지 스님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것이 어찌 된 일입니까? 이 불기가 어디서 났읍니까?……』물었다. 찾아온 손은 참으로 기이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