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풍요로움의 길목은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향기 그윽히 성글어 있는 과목(果木)들도 이곳저곳에 우뚝우뚝하니 아마도 무엇인가 좋은 일들이 지금 이곳에도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다.

굴지의 대가람이며 비구니 스님의 승가대학(僧伽大學)인 운문사(雲門寺). 그 동남쪽으로 4km 떨어진 호거산 중턱, 깨끗하게 포장된 등성이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다시 구절양장을 연상케 하는 산길을 따라 20여분… 숨을 돌려 쉬고 고개 들어 올려다보니 그 위 사리암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곳에 큰 암자가 있을까하는 탄성과 함께 분명 불보살님의 한량없는 위신력과 그 누군가의 지극한 원력이 깃들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잘 알려진 바대로 사리암은 미륵부처님이 출현할 때까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500아라한 중의 한 분이며 뛰어난 부처님의 제자이신 나반존자(那般尊者)의 주처(住處), 그는 천상인간의 복전인 까닭에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모든 삿된 욕망을 여읜다하여 사리암이라 일컫는 이 암자는 고려초기 고승 보량(寶壤)국사가 930년에 초창, 그 후 조선 헌종 11년(1885년)에 정암당(靜庵堂) 효원대사가 중창하고 다시 1924년, 1935년에 각각 중수하였다 전해지고 있다.

예부터 나반존자님의 신통영험으로 많은 기도객들이 끊일 날이 없었으나 그 많은 기도객들을 수용할 만한 방사와 도량의 규모가 갖춰지지는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