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
상태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의샘/ 나는 이 길을 가노라

1960년 4월 19일, 부정과 부패 독재에 항거하던 사월혁명의 함성으로 이승만 정권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릴 때만 해도 민주주의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서광처럼 빛났었다. 그러나 한 해 남짓하여 5ㆍ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남으로써 이러한 서광은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히고 양양하던 역사의 강물은 어느새 굽이굽이 거친 격동의 흐름으로 변하여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이어오게된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마는 그것 역시 지금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십년이면 강산이 열 두번도 더 변하는 세상이 되었다. 스탈린의 강철공산주의가 오늘날의 고르바쵸프의 개방ㆍ개혁의 공산주의로 변질된 것도 격세지감이 있거니와 5ㆍ16을 기점으로 하는 우리의 60년대와 70년대, 그리고 80년대의 30년간의 10년 마디마디마다 세상이 변한 꼴이 너무 엄청나서 실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느낌이 없지 않다.
GNP의 경이적인 상승이라던가 거미줄같은 전국 도로망의 확충 포장이라던가 서해안의 대규모 간척지 조성이라던가 춘궁기 보리고개 이야기가 이제는 옛날의 전설이 되어버린 쌀 비축량이라던가 … 많은 치적과 발전을 이룩한 것을 일일이 예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풍요와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아니 풍요와 번영을 불균형으로 인해서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富)의 축적에 혈안이 된 일부 계층의 무분별하고 무절제한 산업활동의 결과와 그 여파로 공해가 만연되어 이제는 숨 쉴 공기마저 탁하고 마실 물조차 흐려져서 이대로 가다가는 명대로 산다는 것마저 아무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더욱이 팽배하는 물질만능과 배금주의 풍조로 인하여 전통적 미풍양속이나 공중도의는 이미 거추장스러운 헌신짝이 되어버렸고 살인, 강도, 납치, 유괴, 인신매매 등의 파렴치 강력범죄까지 기하급수로 증가하여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지경이니 이 모든 것이 인간의 교만과 무절제에서 비롯된 작태요 범죄며 파멸의 길이다.
한정된 시간의 제약을 받는 인간 존재가 이 파멸의 길을 벗어나서 영원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함께 영속성을 유지하는 자연을 경외하고 그 초월적인 질서를 감지하며 준수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면 영원한 시간속에 자연의 질서가 있으며 그 질서를 감지하고 준수함으로써 영원한 시간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청소년 시절에 특정종교를 신앙함으로써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자꾸만 기울어지는 내 자신을 지탱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신앙심에서 우러나는 신앙이 아니라 일종의 경쟁심에서 우러나는 의지에서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특정종교에서 일탈한 후로 아직까지 어느 종교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유물론자가 아니므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데도 아직 특정 종교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지가 않다. 아마도 어느 종교에 예속되어서 스스로를 구속하기 싫어하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이든 요즘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이 바로 나의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범신론적인 신앙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날처럼 너무 세속화된 특정 종교에 구속당하기보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순환에서 조물주의 섭리와 신비를 터득 할 수 있는 자연, 즉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길이 나의 생활규범인 동시에 나아가서는 나의 신앙 그 자체가 된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 해준: 소설가. 문학박사. 서울대 교육심리학과 및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자유문학지 제1회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저서로는 「다시 어둠속에서」「전쟁과 사랑의 의미」 「핏빛 놀은 지다」등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